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늘고 있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은 자료사진으로 전자발지를 착용 시연하고 있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초영 인턴기자] #1. 성범죄로 복역한 후 2019년 5월부터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착용해온 A(49)씨는 22일 군산의 한 숙박업소에서 체포됐다. 그는 전주에 거주하다가 익산으로 이동해 전자발찌를 끊고 군산까지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2. 그런가 하면 과거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징역 6년의 실형을 받는 등 수차례에 걸쳐 성범죄로 처벌받아 10년째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였던 B(41)씨는 지난해 9월 제주시 내 한 초등학교에서 나온 피해자를 골목으로 끌고 가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최근 이같이 전자발찌를 착용 중인 성범죄 사범이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거나 착용한 채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며 전자발찌 효용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자발찌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재질을 강화하는 등 기술적 보완과 함께 보호관찰관 증원 등 인력 보강까지 이뤄지는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60명 정도의 성폭력 사범이 전자발찌를 찬 상황에서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살인이나 강도 등 강력범죄 재범도 있지만, 성폭력 범죄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그만큼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성범죄를 많이 저지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6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전자감독 대상 성폭력 사범 1만5442명 중 294명이 재범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전자감독 대상 성폭력 사범과 재범자 수는 △2016년 2천894명 중 58명(2.00%) △2017년 3천46명 중 66명(2.17%) △2018년 3천270명 중 83명(2.53%) △2019년 3천239명 중 55명(1.70%) △2020년 8월 기준 2천993명 중 32명(1.07%)이다.
살인은 △2017년 2명 △2018년 2명 △2019년 1명 등 5명이, 강도는 △2017년 1명 △2018년 1명 △2019년 2명 등 4명이 각각 재범을 저질렀다. 전자감독 대상 유괴 사범은 76명으로, 재범을 저지른 대상자는 없었다.
전자발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또한 최근 5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 18092명 중 재범을 일으킨 사람은 327명으로 1.92%에 달하지만, 살인의 경우 5013명 중 5명(0.1%), 강도의 경우 2028명 중 4명(0.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의 경우 살인과 강도를 저질러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동종범죄를 저지르는 비율보다 재범률이 월등히 높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자발찌는 훼손이 어렵지 않아 재범률을 높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 훼손으로 법무부가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건은 매년 200건에 달한다.
앞서 법무부는 △발목에 착용하는 부착장치 △몸에 소지하는 휴대장치 △재택에 두고 다니는 재택장치 등 세 가지로 구성된 '분리형' 전자발찌가 상대적으로 훼손하고 버리기 용이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2019년 전자발찌의 휴대용 위치추적 장치를 통합한 '일체형' 장치를 개발하고, 전자발찌 내 금속 삽입물의 두께를 3배 보강한 바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장치 통합과 재질 개선 등 전자발찌의 기술적 보완이 전자발찌의 훼손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발찌의 훼손이나 도주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하고 보호관찰관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해서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자 법무부는 이번달 초 보호관찰관 인력 보강 계획을 밝혔다. 2일 법무부는 1대1 보호관찰 및 전자감독, 대체복무제도 운영, 보호외국인 관리 등을 위해 필요한 인력 242명을 증원하는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을 보면 법무부 소속기관의 경우 △전자감독 확대 대응 154명 △보호관찰 강화 34명 △의료재활 기능 강화 8명 △대체복무요원 복무관리 및 수용자 건강권 보장 31명 △보호외국인 관리 및 다문화가족 지원 15명 등 모두 242명을 증원한다.
법무부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사건 예방을 위한 차원"이라며 "1대1 전자감독의 경우 감독 대상자만 지난해 기준 192명인데 감독관은 24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증원되는 242명 중 전자감독 업무를 맡는 인원은 모두 101명이다. 또 이중 1대1 전자감독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은 41명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는 이 같은 인력 증원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 일단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발찌를 찬 범죄자에 대한 감독업무가 강화한 것은 맞지만 재범률을 놓고 보면 아직 미미하다는 견해로 보인다. 또한 범죄자들의 관리를 통해 그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등 다시 범죄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자발찌가 필요한 것은 맞다"며 "전자감독을 담당하는 보호관찰관이 계속해서 감독 대상자를 훈계하고 지원하는 등 감독 대상자의 근본적인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법무부가 1대1 전자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보호관찰관의 인원을 증원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41명이면 꽤 많은 숫자"라며 "일단 두고봐야 한다. 현재 연평균 60명 정도의 성폭력 사범이 전자발찌를 차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이 수치가 떨어지는 지 확인함으로써 비로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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