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미래 거는 2030]미래 불안감에 '영끌'해서 주식 투자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MZ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 태어난 세대로 밀레니얼 세대+Z세대)'라 불리는 20~30대의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세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증시로 유입된 가운데 특히 2030세대가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취업마저 녹록치 않은 상황에 놓인 2030 세대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빚투(빚내서 투자)'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주식 투자에 미래를 베팅하고 있다.


20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1월 2030세대의 신규계좌수는 35만3311좌로 지난해 1월(5만2048좌)에 비해 7배 이상 늘었다. 20대가 2만2369좌에서 17만3189좌로, 30대는 2만9679좌에서 18만122좌로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신규계좌수는 235만9401좌였는데 20대는 50만5832좌, 30대는 67만3753좌로 절반을 차지했다.

2030세대가 대거 주식 투자 대열에 합류한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집값 상승세는 꺽이지 않고 월급 상승률은 이에 턱없이 못미친다. 사상 최저 수준인 금리로 저축을 해봤자 돈을 모으기 힘들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로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 연애, 결혼, 출산 등 여러(N) 가지를 포기한 N포세대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올해 결혼을 계획 중인 유지호(34세·가명) 씨는 지난해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전세집을 구하려고 보니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단시간에 조금이라도 돈을 불리려면 주식 투자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유 씨는 "여자친구와 같이 모으던 결혼 자금 통장을 깨서 주식을 시작했다"면서 "그동안 저축한 돈에 붙은 이자보다 몇 배나 많은 돈을 주식 투자로 벌다 보니 앞으로는 둘의 월급에서 일정 금액은 항상 주식을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몇 년 째 취업준비생인 김성희(32세·가명) 씨는 최근 취업 준비 대신 주식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언제까지 취업 준비만을 하고 있을 수 없어 아예 전업 투자자로 진로를 바꿨다. 김 씨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면서 취업 준비를 해왔는데 최근 코로나19로 일하던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었고 생활비라도 벌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면서 "취업이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차라리 주식 공부를 제대로 해 전업 투자자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는 2030세대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따르면 2030 토스 사용자 10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47%가 이미 주식 투자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주식 투자를 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42%에 달했다. 투자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11%에 그쳤다.


2030은 투자에 있어서 기존 4050대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들은 비대면을 선호하고 증권사를 통해 정보를 얻기 보다는 유튜브를 활용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에 따르면 "2030세대는 증권사 PB를 찾기보다는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좀 여유가 있는 2030은 우량주 중심의 장기 투자를 하고 생활비 마련이 목적인 경우에는 소액 단타 투자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