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열풍에 5대銀서만 2주새 마통 1만8600건 신규 개설(종합)

5개銀서 13일까지 1만8660건 신규 개설
영끌 등 수요 맞물려 신용대출 다시 급증세

은행 신용대출 참고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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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올해 들어 2주만에 주요 시중은행에서 새로 만들어진 마이너스 통장이 1만8600건을 넘어섰다. 들끓는 증시에 더 늦기 전에 올라타려는 개인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행렬과 대출시장의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개 시중은행에서만 총 1만8660건의 마이너스통장이 신규개설됐다. 연초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상 1월 초에는 연말 성과급 등을 통장에 넣어두면서 대출 보다는 예ㆍ적금 잔액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영업일을 기준으로 8일 밖에 지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대비하면 신규개설이 30% 가량 늘었다"면서 "연초의 흐름 치고는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직장인들이 예비 생활자금을 마련해두거나 차량을 구매하는 등의 목적으로 뚫는 게 보통이었는데 최근에는 순전히 주식 투자 목적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적어도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만큼 증시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이 커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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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ㆍ전셋값을 감당하기 위한 대출 수요 등이 맞물려 은행권의 전체 개인신용대출 잔액도 급증하는 형국이다. 5개 은행의 13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3695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133조6482억원)보다 1조7213억원 불어났다. 단순히 계산하면 하루에 약 1300억원씩 증가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월간 신용대출 증가 규모를 최대 2조원 선으로 억제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해 9월 이후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대출의 고삐를 조였다.

이런 방침에 따른 주요 대출상품 취급 중단 등 고강도 규제로 연말에 크게 꺾였던 신용대출 증가세가 새해 들어 빗장이 풀리기 무섭게 급증세로 돌아선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의 동향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면서 "고소득ㆍ고신용 계층에 대한 핀셋규제를 중심으로 주식ㆍ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의 지나친 자금 유입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출 또 조일라' 불안감에 수요 계속 몰릴 수도

정부는 1분기 중 상환능력 위주 심사관행 정착을 위한 '가계부채 선진화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연초의 신용대출 급증세 등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강도가 높은 방안이 조만간 나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은행 관계자는 "머잖아 대출받기가 다시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받을 수 있는 만큼 서둘러 받아두려는 수요가 당분간은 꾸준히 몰려들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2020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0조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등 주택관련대출 포함)과 기타대출(신용대출 등)의 지난해 말 잔액은 각각 721조9000억원, 266조원으로 1년 사이 68조3000억원, 32조4000억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주택매매 거래가 늘어난 데다, 각종 생활자금 수요와 공모주 청약대금 등 주식 매수 자금 수요도 복합적으로 작년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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