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20년 증시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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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준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


2020년은 주식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으로 3월 중 바닥을 기록한 코스피는 빠르게 회복해 역사상 최고치인 2873으로 마감했다. 연중 최저가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실로 대단한 회복력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났으나 적어도 주식투자와 관련해서는 나름 위안을 받았던 한 해였다.

코로나로 인한 롤러코스터 장세는 세계 대부분 증시에서 관찰되는데 특히 우리 증시의 패턴이 두드러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가 반등폭 면에서 우리 시장은 대부분의 해외시장을 월등히 앞선다. 실물경제가 여전히 침체된 가운데 우리 증시의 놀라운 반등은 무엇에 기인하는지 궁금해진다.


먼저 정부의 통화ㆍ재정 정책에 의한 유동성 확대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막대한 유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며 주가를 부양했을 수 있다. 혹자는 시중에 풀린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실물경제로 흡수되지 않고 투자성 자산에 유입되며 자산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한다.


또 하나는 투자자 구성이다. 우리 시장은 서구 선진시장 대비 개인투자자 참여가 매우 높다. 거래량 기준 개인 주식 직접거래 비중은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80%를 넘는다. 10% 중반인 미국시장과 크게 비교된다. 학계에서는 개인투자자는 정보에 근거한 합리적 투자를 하기보다는 시장의 심리에 휘둘리고 투기적 성향을 보인다는 시각이 있다. 이 같은 비합리적인 투자는 주가를 펀더멘털로부터 이격시켜 버블을 키울 수 있다. 만약 현 시장이 버블에 기인했다면 해외 어느 시장보다 크게 상승한 우리 시장에서 버블이 터질 경우 그 충격파가 무척 클 것이다.

반면 주가는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합리적 평가를 보여준다는 시각에서 버블이 아닌 밝은 미래 성과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시각에서의 지난해 말 코스피지수 2873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난 10년간 코스피는 2000 내외 박스권에서 횡보를 거듭했다. 2019년 말 기준 S&P500 지수가 과거 10년간 연평균 11%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코스피는 3% 미만으로 저조했다. 이는 두 시장의 구조적 체질이 달랐기 때문이다.


S&P500지수 상승세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소위 'S&P 5'라 불리는 혁신기업들이 주도한 면이 크다. 10년 전 대장주였던 엑손, 월마트, 쉘 같은 기업은 지난해 시가총액 상위 10위 목록에서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 이런 현상이 최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미국 시장은 혁신과정을 통해 주축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세대교체를 하면서 성장해 왔다. 반면 우리 시장은 재벌기업 위주로 성장을 해왔다. 과거 이러한 모델이 큰 성과를 발휘하기도 했으나 2010년대 들어 한계에 도달했고, 이것이 주가지수의 횡보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 시장에도 체질개선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가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시총 상위 10위권 내 기업 중 포스코, 한국전력, 기아차 등은 LG화학, 셀트리온, 카카오 등으로 대체됐다. 이러한 미래혁신산업 관련 기업들이 미국의 S&P5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현재 코스피는 결코 버블이 아니며,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빠른 대처와 체질변경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필자도 이러한 견해에 좀 더 무게를 싣는다.


현재 시장상황을 어떤 방향으로 해석하더라도 변혁의 시기에 변동성 확대는 피하기 어렵다. 투자자 입장에서 향후 예상되는 급격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고수익을 쫓는 투기성 투자보다는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를 통한 위험관리가 중요하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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