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만에 첫 주민등록증을 받다 [남양주시 별내행정복지센터 제공]
[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자신의 호적을 모른 채 살아온 60대가 주민복지센터 직원들의 도움으로 68년 만에 첫 주민등록증을 갖게 된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서류를 떼기 위해 별내행정복지센터(경기 남양주) 민원실을 찾은 A(68·여) 씨.
복지센터 김태완 주무관에 따르면 서류 발급에 필요한 A 씨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지문을 조회했지만 A 씨 관련 어떠한 정보도 행정전산망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야 A 씨가 그동안 임의로 만든 주민번호와 가명을 사용해온 주민등록 무등록자임이 확인됐다.
초기 상담을 통해 A 씨가 수원에서 고아로 자라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살던 보육원이 폐원하면서 주민등록을 신청하지 못해 지금까지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 권리와 많은 제약을 받아 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자신의 신분이 정상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아왔던 A 씨는 20여 년 동안 함께 생활했던 배우자가 몇 해 전에 사망한 이후, 살던 임대아파트 관리비 장기 체납으로 퇴거 위기에 몰려 있었다.
마땅한 직업이 없는 A 씨는 밀린 관리비를 내고 이사 하기 위해 살던 아파트 보증금이 필요했다. 그러나 한집에서 살았어도 자녀도 없는 데다 배우자와 사실혼 관계여서 보증금은 사망한 배우자의 형제한테 돌아갔다.
살았던 아파트에 대해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A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법원에 하소연이라도 해보려고 서류가 필요했다. 그런데 무등록자 신분이었기에 서류를 뗄 수 없었다.
복지센터 직원들은 우선 A 씨를 퇴거 위기에서 구하고 정부의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A 씨의 신원 회복부터 하기로 했다.
A 씨 아파트를 방문했으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단서도 찾지 못했다. 법률 홈닥터 서비스를 통한 성본 창설 신청, 신원과 관련된 집안 자료조사 등 여러 방면으로 모색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A 씨로부터 자신의 본래 이름을 듣게 된 복지센터 직원들은 A 씨 기억 한 켠에 남아있던 한자 이름을 단서로 A 씨가 수원에서 중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적 정보 조회를 통해 확보한 인적(호적) 사항을 토대로 A 씨의 예전 사진 모습과 과거 항공사진 상의 보육원 위치, 당시 보육원장 이름 등이 A 씨 기억과 일치해 A 씨의 주민등록증 발급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한편, A 씨는 아파트에서 나와 현재 복지센터 도움으로 고시원에서 임시로 지내고 있다. 평소 후원 기부 봉사를 하는 한 부동산 중개소 도움으로 내년 1월 첫 주에는 별내동의 방 2개가 딸린 주택으로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
A 씨는 보증금(300만 원) 없이도 지낼 수 있게 됐고 별내행정복지센터는 A 씨 명의로 기초생활생활수급자와 기초연금 신청을 마쳤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긴급 복지서비스를 통해 월세 지원을 포함한 단기적으로 생계비 지원도 받을 수 있다.
A 씨는 주민등록증 신청을 마친 자리에서 "그동안 주민등록증을 신청할 생각도 못 하고 살았다"며 도움 준 복지센터 직원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경환 별내행정복지센터장은 "앞으로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없도록 어려운 이웃 발굴에 적극 앞장서겠으며, A 씨의 신원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수원제일중학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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