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CNN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CNN 방송 화면 캡처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대북전단 살포시 최대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에 대한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선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민주주의 훼손'을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인권을 '타협할 수 없는 가치'로 존중한다면서도,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14일 야당의 반발 속에 대북전단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행위,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강 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출연,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 "표현의 자유는 너무나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시 표현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에 따라 우리는 법으로 그것을 해야 하며, 범위가 제한되어야 한다"면서 "그 법은 범위가 제한돼 있다. (대북전단 살포가) 국민 생명과 안전에 해를 끼치고 위협을 줄 때만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1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보낸 논평을 통해 "민주주의 사회 주춧돌인 표현의 자유에 기초한 행위에 대해 징역형을 부과한 것은 과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광고 선전물', '재산상 이익'과 같은 대략적인(general) 묘사나, 여타 규정되지 않은 수많은 활동을 가리키는 전단 '등'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금지된 행동을 규정하는데 요구되는 정확성이 부족하다"라며 "법 시행 전 민주적 기관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마이클 맥카울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도 14일 성명을 내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며 우려를 나타냈다고 미국의소리방송(VOA)은 전했다.
지난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민들 사이에서도 '대북전단금지법'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전단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북측의 잘못에 대해 왜 국민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살포금지법 통과를 환영하며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접경지역 시민사회단체는 16일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소위 탈북자 단체가 돈벌이 수단으로 대북 전단을 활용했다"라며 "그동안 무분별한 대북 전단 살포 행위로 인해 심각한 불안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이번 법률안 통과를 적극 환영한다"고 했다.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통일부는 17일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유엔의 논평과 관련 "국회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법률을 개정한 데 대해 이런 언급을 해 유감"이라며 "킨타나 보고관은 (이 법이) 다수의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를 위해 소수의 표현방식을 최소한으로 제한했다는 점을 균형 있게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도 대북전단금지법은 120만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조치'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생명권과 표현의 자유가 양립된 것처럼 돼 있는데, 사실 이 법안이 통과되기 전의 맥락을 볼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이 지난 2014년 경기도 연천에서 탈북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했던 일을 언급했다.
최 차관은 이어 "2016년 대법원 판결은 표현의 자유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해당 지역 주민들 생명권이 위협되었을 때는 (표현의 자유 허용이) 상당히 어렵다고 했는데, 유사한 판결과 판례가 미국에도 있다"라며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조치가 필요하고, 이 점을 미국에게 잘 이해시켜야 하는 숙제는 저희에게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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