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불특정 다수가 스키장 주변 숙소를 잡아 합숙을 하는 일명 '시즌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주말 시즌방 이용객 중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15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A숙소(시즌방)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해당 확진자는 서울 송파구 거주자로 지난 11일 시즌방에 도착한 후 12일 가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박 2일 머무는 동안 스키장이나 인근 식당 등은 이용하지 않았지만 스키장 내 스키 용품 임대 매장은 이용한 것으로 방역당국은 확인했다. 시즌방에서 그와 접촉한 수십 명은 자가격리 조치됐다. 스키장 인근 시즌방 이용객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즌방은 11월부터 2월 사이 5~20명씩 숙박비를 나눠내며 공유하는 숙소를 말한다. 스키장 주변에는 이 같은 시즌방이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등 다양한 형태로 영업 중이다. 좁은 공간에서 지인은 물론 불특정 다수가 어울려 지내는 게 특징이다.
확진자가 이용한 시즌방은 아파트 형태로 14층에 125세대 중 하나다. 시즌방을 임대한 '호스트'가 '게스트'를 모집하고 숙박비를 나눠내는 형태라, 호스트 입장에선 게스트가 많을수록 이익이다. 확진자와 같은 방을 쓴 사람이 몇 명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해당 아파트 시즌방에는 방 4개 짜리 115㎡(약 35평) 호실에 최대 20명이 투숙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전체로 보면 수백 명이 집단생활을 한 셈이다. 해당 건물에 투숙한 모씨는 "오래된 건물이라 공간이 좁았고 통풍환기가 잘 되지 않았다"며 "스키를 타고 돌아와 회식을 하거나 좁은 공간에서 부대껴 자고 다음날 다시 스키를 타러 나가는 일이 반복됐다"고 시즌방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연일 700~800명 이상이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시즌방 운영은 제재할 규정이 전무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스키장은 실외운동시설로 분류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황에서도 운영시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평창군 보건의료원 측은 "접촉자에 대한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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