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산업, 숨통 조이는 정부] 정유업, 올해 사상 최대 적자…설상가상 세금 폭탄

정유 4사, 올해 적자 규모 5조원 예상
10월 정유 4사 평균 가동률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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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국내 정유4사가 올 한 해 5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됐다. 정유업계의 원유 정제설비 가동률도 역대 최저치인 71%까지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세부담도 더 커지고 있다. 국회가 친환경 기조에 맞춰 정유사에 환경부담금이란 명목하의 포퓰리즘성 법안을 논의하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대규모 과세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과세가 더해져 국내 정유사들의 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는 올 4분기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까지 정유 4사가 기록한 적자는 4조8074억원이다. 연말 들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의 3차 유행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올해 연간 적자 규모는 5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적자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줄이는 극약 처방을 단행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의 원유 정제설비 가동률은 10월 기준 71.55%로 집계됐다. 집계한 이래 가장 낮은 가동률이다. 정유 4사의 원유 가동률은 올해 83.78%(1월)에서 75.41%(6월), 72.10%(9월)로 계속 감소해왔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달 원유 정제 가동률을 60%대까지 낮췄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조세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국세청 세수실적 자료를 종합해 보면 2019년 기준 정유업계가 부담하는 세금은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등 총 20조5000원 규모다. 여기에 1조원 규모 관세를 추가 부담한다.


이미 조세 부담이 과한 상황인데 추가 세금 논의도 한창이다. 최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감축(수송부문)을 위해 경유세 인상안을 정부에 공식 제안한 상황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선 지방세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유류정제시설 등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ℓ당 1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거나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의 유해화학물질 취급량에 ㎏당 1원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유사들은 연간 2000억원의 추가 조세 부담이 불가피하다.

정유업계는 불공정한 세금 정책만이라도 조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2015년부터 '이중 과세' 논란이 불거진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개소세)'가 대표적이다. 국회 기획재정부 상임위원회는 조세소위원회에서 원료용 중유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에 대해 조건부 면세하는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법안에 밀려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유업계가 변화의 흐름에 맞춰 혁신할 기회조차 박탈당하지 않기 위해선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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