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와 남진. 트로트계의 50년 맞수. 전무후무한 라이벌 역사를 쓰고 있다. 가창력의 나훈아, 퍼포먼스는 남진. 영남 출신 나훈아, 호남 출신 남진. 여러모로 대비되며 서로 이끌고 있다. 소싯적에는 남진이 나훈아 덕을 본다고 생각했다. 가수는 노래솜씨가 중요한게 아닌가. 올 추석 특집무대를 통해 나훈아의 주가가 뛰었다. 화려한 연출과 노출빈도 최소화, 대중에 다가가는 정치발언. 남진은 TV에 자주 등장했다. 시답잖은 얘기들.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는 아쉬움은 잠깐. 연륜이 노래의 감성을 높이고 있었다. 소탈한 화법이 정감있게 다가왔다. 다른 방식으로 나훈아에 필적하고 있었다.
김대중(DJ)과 김영삼(YS). 한국 정치사의 나훈아, 남진이다. 남재희 전 의원은 두 사람을 비교했다. 인구면에서 다수파인 영남 태생 YS. 부유한 집안 출신. 거침없는 성격으로 직선적. YS는 어려운 일을 너무 쉽게 말했다. 소수파인 호남 태생 DJ. 어린 시절의 고생. 신중할 수밖에 없고 곡선적. DJ는 쉬운 일을 괜히 어렵게 말했다.
두 거물을 취재하면서 DJ는 나훈아, YS는 남진처럼 다가왔다. YS가 DJ 덕을 본다고 여겼다. 공부의 폭이 넓은 DJ. 정치인이라면 그래도 식견이 중요한게 아닌가. 이후 YS를 가까이 지켜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군부내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단행. YS는 옳다고 생각하면 힘든 일을 단순하게 해치웠다. DJ라면 얼마나 고심했을까. 빙빙 돌리다가 동티는 나지 않았을까. YS에 이어 DJ가 대통령을 했던게 신의 한수 같았다.
이낙연과 이재명. 2022년 대선을 향한 여권의 대표주자.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호각지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학력, 경력 등 엘리트 코스를 거쳐 왔다. 호남 출신으로 진중하고 합리적. 이재명 경기지사는 개천에서 용난 느낌이다. 영남 출신으로 감각 정치에 능하고 저돌적. 곡선형 이낙연, 직선형 이재명. 대칭 양상은 얼추 갖췄다.
본선이 쉽지 않다. 차별화를 세게 하면 당내 예선이 위태롭다. 줄타기 하면 우유부단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팬덤을 갖고 있어 해법은 더욱 꼬인다. 수위조절에 실패하면 언제든지 제3의 인물이 끼어든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재 의원. 사법절차가 변수이긴 하지만 문 대통령과 한몸처럼 여겨지는 김경수 경남지사. 문 대통령의 지지층은 똘똘 뭉쳐 언제라도 이낙연, 이재명을 떠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아무리 그래도 누구의 후계자라는 타이틀로는 큰 정치인이 못된다. 사람들은 항상 새로움을 바란다. 핍박받는 이미지도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된다. 소신파 윤석열 검찰총장의 여론조사 지지도가 급증하는 현상이 그를 대변한다. 이낙연, 이재명 두 정치인에 국한한다면 차별화가 용이한 쪽은 이 경기지사이다. 이 대표는 이력, 성품도 그렇고, 현 직함 때문에 차별화의 강도를 높이기 어렵다. 초기의 압도적 선두를 유지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한때 대권 도전에 나서 돌풍을 일으켰던 박찬종 전 의원이 실패 이유를 풀이했다. 3심(心)을 모두 얻기가 어렵더라고 했다. 현직 대통령, 당원, 그리고 국민. 이리저리 눈치보다가는 게도 구럭도 다 잃는다. 대통령만 바라보면 참모에 머물뿐이다. 중도층에 다가가야 한다.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도 이제는 역풍을 맞는다. 국민들이 정말 바라는 바가 있을 때 좌고우면 않고 굵직한 한방을 터뜨려야 한다. 선명한 대칭 라이벌이 있을 때 흥미는 배가된다. DJ, YS가 그렇게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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