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상생 30년…年1천마리 명품 소 함께 키웠다

[아름다운 동행] 릴레이 인터뷰
⑤장을재 강진맥우축산영농조합법인 대표

발효숙성 말걱리 먹인 한우
지방도·결·탄력성 등 '우수'
가격 일반 한우 대비 10~20% 비싸도
정육부문 부동 1위

장을재 강진맥우축산영농조합법인 대표

장을재 강진맥우축산영농조합법인 대표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구제역 청정 지역'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강진군에는 막걸리 먹은 소 '강진맥우'를 키워온 강진맥우축산영농조합법인이 있다. 1991년 처음으로 한화 갤러리아 백화점과 독점 파트너십을 맺은 뒤 지금까지 30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5곳에 불과했던 조합 농가 수는 현재 9곳까지 늘었다. 최근에는 구이류 중심의 고가 선물 세트에서 백화점 자체브랜드(PB) '고메이494'의 가정간편식(HMR) 제품까지 제품 다변화에 성공했다. 조합 소속 농부들 역시 노령의 농부가 은퇴하고 30대 막내 농부가 새롭게 합류하는 등 세대 교체도 일어났다.


군 제대후 소 두 마리로 시작

12일 강진맥우 브랜드를 이끄는 장을재 강진맥우축산영농조합법인 대표(사진)를 만났다. 축산업과 연고가 없던 그는 군대 제대 후 소 2마리를 구입하며 본격 산업에 뛰어들었다. 상품 경쟁력을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수라고 봤다. 명품 한우를 만들기 위해 1990년에는 일본 고베 와규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직접 고베 현지에 가서 와규 사육법도 눈여겨보고 돌아왔다.

장 대표는 "기왕 시작했는데 이전 부모 세대들과는 무조건 달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어머니가 갈비를 술에 재워 부드럽게 하시는 것을 보고 소들에게 막걸리를 먹이는 방법을 테스트해봤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1년 뒤 와규 보다 더 맛있는 명품 한우를 선보이며 장 대표는 갤러리아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의 문을 두드렸다. 언론 등을 통해 강진맥우 브랜드가 조명받으며 갤러리아측 독점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장 대표는 "계약을 체결한 뒤 바로 브랜드 보호를 위해 상표권부터 등록했다"고 말했다.


30년이 지난 현재 강진맥우는 차별화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발효 숙성 막걸리를 먹인 강진맥우는 육질 분석 결과, 지방도와 육색, 지방색, 보수성, 탄력성, 결 등에서 '우수' 성적표를 받았다. 최상 등급육만 판매하는 강진맥우는 일반 최고 등급 한우보다 약 10~20% 정도 비싸지만, 갤러리아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한우육 전체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전체 정육 카테고리 중 부동의 1위다.

장 대표는 "처음에는 무조건 막걸리를 많이 먹이면 좋은 줄 알고 막걸리 양을 최대로 했지만 지방이 과도해지고 비용 고민도 있었다"며 "지금은 소의 상품성이 가장 좋은 23개월을 기점으로 출하 5~6개월 전부터 하루 3L씩 물에 막걸리를 희석한 알코올 사료를 주고 있다"고 했다.


갤러리아와 상생, HMR 시장 진출
백화점과 상생 30년…年1천마리 명품 소 함께 키웠다

백화점이라는 안정된 판로가 생기자 농가들은 소 키우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갤러리아 측은 강진맥우 소를 1마리(두) 단위로 통째로 매입한다. 강진맥우의 연 기준 사육두수는 어린 송아지까지 포함 총 1000여두에 달한다. 1991년 150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567% 늘어난 셈이다. 올해 출하 두수는 400여두다. 갤러리아 측은 축산농가 상생을 위해 가장 좋은 시세로 인기부위, 비인기부위, 부속 등 가리지 않고 '통매입 방식'을 선택했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등심, 양지, 국거리뿐만 아니라 나머지 비(非)인기 부위까지 유통을 책임진다. 농협나주공판장에서 진행 되어지는 도축비, 가공비 등도 갤러리아 측에서 부담한다.


어려움도 있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고가의 한우 선물 수요가 급격히 줄었고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이 더 컸다. 한우 소비 하락에 백화점은 매입 두수를 줄이는 대신 강진맥를 가정간편식(HMR)으로 개발하고 나서며 진정한 의미의 상생을 이뤄냈다.


30년 긴 협업의 세월 동안 농부들의 삶의 모습도 크게 바뀌었다. 초기 합류했던 농가 중 한 곳에서는 고령의 농부가 은퇴했다. 2030 젊은이들의 귀농 신(新)트렌드 속 30대 중반 막내 농부도 새롭게 합류했다. 장 대표는 "귀농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며 "다만 축산업에 뛰어들 경우 소나 돼지, 닭처럼 한반도에서 꾸준히 키워온 동물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직하게 사육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나 돼지 구제역 등 어려움이 존재하겠지만 농사나 축산은 '우직함'이 기본 전제라는 얘기다. 최근에는 5년 계약을 갱신하면서 2025년 10월 말까지 갤러리아와 협업을 지속하게 됐다. 장을재 대표는 "우리는 소만 잘 키우면 되고 이후는 백화점이 전부 책임지고 있다"며 "납품 이후 판매와 관련해서는 고민해본 적이 없다"며 "축산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한우는 분명 프리미엄 경쟁력이 있고 희망이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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