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심야배송 제한…과로방지 대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발표…실태점검 돌입
국민 10명 중 9명 "택배 종사자 과도한 근로 시간 줄여야"
전문가 "고강도 심야노동 건강 이상 유발…사업주 책임질 방안 마련해야"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 구축 방안'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 등 필수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기로 한 12일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 구축 방안'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 등 필수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기로 한 12일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최근 과중한 업무로 택배 노동자들이 숨지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가운데, 정부는 심야 배송 제한과 주5일 근무제 도입 등을 권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택배 심야배송 제한 및 토요휴무제 등 정부 대책을 둘러싸고 시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택배 종사자들의 노동 환경 및 처우 개선의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소비자의 권리를 일부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에는 ▲1일 최대 작업시간 기준 마련 ▲심야배송 제한 ▲토요휴무제 등 주 5일 작업 확산 ▲산재보험 확대 ▲고용보험 적용 ▲표준계약서 보급 확대 등 내용이 담겼다. 대부분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택배사나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맺는 택배기사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 장관은 이날 "1992년 최초 택배 서비스가 출범한 이래 택배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모바일 쇼핑의 급격한 성장과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국민 보편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며 "올해 택배기사 10명이 사망하는 등 양적 성장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택배기사의 과로 방지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사회안전망을 확대하여 택배기사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택배 종사자들의 잇따른 사망 사고로 처우 개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시민들은 이같은 대책안이 필요하다며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심야배송 제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쿠팡 '로켓배송', 마켓컬리 '샛별배송' 등 이미 심야배송이 e커머스시장의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같은 제한은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심야배송의 경우 근로시간을 더 짧게 제한하고 교대근무를 늘리는 등의 대안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평소 심야배송을 자주 이용했다는 직장인 박 모(31) 씨는 "회사 근처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업무 특성상 야근·출장이 잦고 당직근무나 주말 근무도 있어 직접 장을 보거나 물건을 사러 나가기가 마땅치 않아 택배를 자주 이용했다"며 "최근에 기사를 보고서야 택배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굉장히 열악했다는 걸 알게 돼 놀랐다"고 밝혔다.


박 씨는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이나 부당한 처우는 당연히 개선돼야 하지만, 토요일 또는 심야 배송 제한이 소비자나 노동자 모두에게 도움 될 것 같진 않다"면서 "심야배송의 경우 이미 새로운 사업으로 자리 잡지 않았나. 심야근무의 경우 주간보다 노동강도나 근로 시간을 줄이고, 순환 근무를 더 활성화하는 등 다른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 무조건적인 토요휴무, 심야 제한 등은 역효과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 구축 방안'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 등 필수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기로 한 12일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 구축 방안'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 등 필수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기로 한 12일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은 택배 종사자 처우 개선에 따른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고 답했다.


1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5일까지 국민생각함 홈페이지를 통해 1628명을 상대로 '택배 종사자 근로환경 개선'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95.9%가 '택배 종사자의 산재보험 의무가입 필요성'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자의 과도한 근로 시간을 줄여야 한다", "택배 분류 업무와 배송 업무를 분리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95.6%, 93.4%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응답자 87.2%는 '정책·제도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배송 지연을 감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택배종사자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택배비 일부 인상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3.9%가 "택배 종사자 처우개선 등에 사용된다면 동의한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는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당일배송·심야배송 등의 경우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지난달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당일배송은 아침부터 새벽까지 장시간 노동을 하게 돼 문제가 된다"며 "고강도의 야간노동을 하게 된다. 장시간의 노동 또는 심야노동이 건강상에 좋지 않고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 질병을 유발해 그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인 제안을 한다면 당일배송, 총알배송, 로켓배송, 이런 것은 옛날에는 없었던 거다.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금지하는 것이 좋겠다"며 "필요할 경우 더 높은 배송료를 책정한다든지 차별을 두면 아마 조금 더 택배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노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임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배송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길어지고 심야 노동을 하게 됐는데도 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제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사업주의 책임이 없다"면서 "노동자라고 인정이 되어야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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