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직접 체험해 본 언택트 독서모임./사진=김대현 인턴기자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김대현·김성원·박준형·이준형·전근휘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소개팅시장'은 그야말로 전멸이죠. 그래서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 사람들이 몰리고 '매칭 확률'도 높아진 것 같아요."
직장인 이현지(29)씨는 올해 소개팅 앱을 통해 결혼에 성공했다. 지난해까지는 지인 소개로 이성을 만나왔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지인 찬스'마저 끊겼다. 아무래도 전문 소개팅 앱이 원하는 조건의 상대를 잘 골라주다 보니 6개월 만에 반려자를 만날 수 있었다.
소개팅 앱은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2010년대 초반 등장해 꾸준히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그 확장세가 폭발적이다. 꼭 결혼 상대를 만나는 게 아니라도 사회적 단절 분위기 속에서 '비대면(언택트) 만남'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접촉'보다는 '접속'이 젊은 층의 연애 풍속도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직장인 신모(26)씨는 하루에 한 번씩 이성을 소개받는다. 그는 "비용 부담도 적고 주선자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장점"이라며 "원하는 상대를 만날 때까지 소개팅 앱을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선자 성의를 봐서라도 '한 번은 더 만나봐야 하는' 부담감도 없다. 영상제작자 한모(30)씨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소개팅 앱에서 매칭해준 이성을 실제로는 만나지 않고 '언택트 대화'만 이어가고 있다. 대화 속에서 상대에 대해 확신이 생기면 오프라인 만남을 결정하는 '안전한 소개팅'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같은 랜선 만남시장에서는 코로나19가 적당한 핑계가 되기도 한다. 직장인 유모(26)씨의 경우 소개팅 앱에서 매칭된 이성으로부터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졌는데 현실 만남은 좀 어렵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앱이 매칭은 해줬으나 이리저리 따져 보니 '만나지 않는 게 좋다'라는 판단이 서면 코로나19 핑계를 대는 것이다. 물론 소개팅 앱을 통한 만남은 프로필 도용이나 채팅을 통한 성매매, 개인정보 유출, 혼인 빙자 사기 등 부작용뿐 아니라 평판이나 배경 정보가 지인을 통한 직접적 소개보다 신뢰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청년층은 자신을 둘러싼 일상의 거의 전 부분을 '언택트 화(化)'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한기하(29)씨는 지난 9월 자신의 생일파티를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열었다. 20여명을 초대했는데 지인들 사이에는 서로 초면인 경우도 있었다. 현실에선 그룹끼리 따로 만나야 하지만 이곳에선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파티의 주제는 '요리대회'로 정했다. 한 명씩 돌아가며 각자 만든 요리를 소개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후 음식과 술을 먹으며 서너 시간 동안 파티를 진행했다. 한씨는 "우선 재미가 있었고 비용도 적게 들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언택트가 잃었던 취미활동을 되찾아준 사례도 있다. 직장인 이수진(32)씨는 3년 전 직장 문제로 서울에서 청주로 이사를 가면서 10년간 참여했던 독서모임 활동을 중단했다. 그런데 지난 8월부터 온라인 모임이 진행되면서 3년간 멈춘 취미활동이 재개된 것이다. 이씨는 올해 대학원 송년모임도 온라인에서 열기로 했다. 이씨는 "지방에 살게 되면서 모임 참석이 대부분 끊겼는데 언택트 모임이 나의 사회 생활을 다시 찾아준 셈"이라고 즐거워했다.
취업준비생들도 언택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백설화(26)씨는 매일 밤 친구 3명과 '온라인 공부 감시모임'을 진행한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실행하고 각자 공부하는 것인데, 누군가 자리를 오래 비우거나 졸기라도 하면 마이크로 경고를 보내주는 식이다. 서로 격려하고 정보도 교환하던 오프라인 공부 모임이 불가능해지자 일종의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백씨는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며 "일종의 자발적 원형감옥인 셈"이라고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