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의 미래당겨보기]알고리즘으로 변하는 일

10월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 제1테크노벨리에서 열린 '제4회 판교자율주행 모빌리티쇼'에 참석한 시민들이 인근식당에서 시연중인 엑사로보틱스사의 자율주행 서빙로봇을 체험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10월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 제1테크노벨리에서 열린 '제4회 판교자율주행 모빌리티쇼'에 참석한 시민들이 인근식당에서 시연중인 엑사로보틱스사의 자율주행 서빙로봇을 체험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몇 년 전에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와 인공지능(AI)으로 전 세계적으로 5년간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보고서가 발표된 후에 미래에 어떤 일자리가 사라지고, 어떤 일자리가 안전한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어떤 일은 AI가 하기 쉽고 어떤 일은 인간이 더 잘한다는 여러 보고서들이 넘쳤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미래 직업을 걱정하며 열심히 귀 기울였다. 기업들에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력 재편의 과제가 던져졌다. 한편 그럴 듯하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서로 엇갈리는 직업과 직종들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그리고 잠잠해졌다.

4억9500만개 일자리 감소
일에 대한 위기의식 커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미래의 일에 대한 위기의식을 다시 일깨웠다. 일깨운 수준이 아니고 더욱 키웠다. AI가 아직 미래의 추상적 위기라면 코로나19는 현재적 위기이다. 세계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로 올해 2분기에 4억9500만개 일자리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AI에 의한 항구적 일자리 감소가 아니라 회복될 수 있는 일시적 감소가 많더라도 코로나19가 일에 대해 가한 충격은 엄청났다. 특히 일하는 방식에 따라 영향이 차별적이었다. AI가 가져올 미래의 충격을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훗날 역사학자들은 '일하는 방식을 바꿔볼 수 있는 사회적 실험이 강제적으로 실시되었다'고 기술할 것이다.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이전의 위기는 특정 부분이나 산업에서 일어난 위기가 다른 분야로 파급되는 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동시에 전 산업을 넘어 사회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근본적으로 모든 경제 활동의 기반이 되는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하는 방식, 노동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했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필자는 대면 서비스 노동(For people), 판매 노동(For goods), 집합작업 노동(With people), 사무 노동(With process)으로 노동을 구분해 코로나19가 어떤 충격을 가했고, 이러한 충격에 대응해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충격은 강도는 대면 서비스 노동이 가장 컸고 다음으로 판매 노동, 집합작업 노동, 사무 노동의 순이었다. 이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변화를 살펴봤다.

[이명호의 미래당겨보기]알고리즘으로 변하는 일


노동 과정의 속성(For people, For goods, With people, With process)에 따라 대응이 달랐다. 즉각적 대응은 노동에 있어서 결합돼 있던 것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음식점 및 상점 등 물건을 서비스하거나 판매하는 판매 노동, 상거래 업종의 노동은 판매 공간과 판매물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음식점은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사업장으로 전환하고, 온라인 판매시장을 키웠다. 관객 앞에서 하는 공연도 관객이 없는 온라인 공연으로 바뀌었다. 두 번째 대응은 노동 도구를 바꾸는 것이었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일하는 방식에 영향 미쳐
대면서비스 노동 충격 가장 커

노동 도구라는 기계적인 변화를 동반해야 하기 때문에 빠르게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서비스업에서는 식음료 제조 및 서빙 로봇은 이미 시제품이 나와있기 때문에 빠르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미용 및 돌봄 로봇 등 사람들 직접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교한 로봇이 활용되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로봇의 서비스에 심리적 위안과 만족을 느낄 것인가라는 수용성의 정도에 따라 확산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세 번째는 노동의 장소를 분리하는 것이었다. 사무노동은 노동을 사무실과 분리하면서 가장 빠르게 노동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사무노동이 원격근무,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것을 보면서 사무노동이 사무실에 모여서 하는 노동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다루는 노동이라는 특성이 명확히 드러났다. 노동은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연결이 되어 있을 뿐이고, 프로세스가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와 사무(노동) 도구인 컴퓨터로 처리되면 노동(자)의 위치는 집, 사무실, 카페 등 어디도 가능하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고, 경험하게 되었다.

노동의 디지털화로 대응 변화
알고리즘 만드는 과정으로 바뀌어

전체적으로 노동은 코로나19가 가져온 비대면의 요구에 대해 디지털화로 대응했다고 볼 수 있다. 노동 방식에 있어서의 비대면 정도, 노동 도구에 있어서의 디지털화 정도에 따른 대응 차이를 정리할 수 있다.

[이명호의 미래당겨보기]알고리즘으로 변하는 일


그럼 노동의 디지털화는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지금까지의 노동은 아날로그(기계와 손동작의 조합) 프로세스에서 최종 결과물로 아날로그 제품이었다. 현재 노동의 디지털화는 디지털 프로세스를 거쳐서 디지털 제품인 콘텐츠가 생산되는 단계다. 이 다음 단계는 공장의 디지털화일 것이다.

스마트 제조의 도입으로 인간 노동의 직접적 결과물은 프로세스를 만드는, 즉 알고리즘을 만드는 과정으로 바뀌고 있다. 기계에 지시(알고리즘)를 내리면 최종 결과물은 기계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때가 되면 사무실에서 인간의 노동이 분리되었듯이, 공장에서 인간의 노동이 분리될 것이다. 제조의 비접촉, 원격근무가 가능한 시대, 모든 노동이 알고리즘으로 변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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