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국무조정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는 '재정전전성'이라는 자체 전문가 조사결과를 내놨다. KIEP와 함께 핵심 국책연구기관으로 꼽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가채무 급증의 대응방안을 강조한지 하루만에 내놓은 목소리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방어하기 위해 증세가 불가피한 만큼, 이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려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지난 12일 KIEP는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1년 세계경제 전망'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연구원이 자체 확보한 학계, 정부 및 공공기관, 민간연구소, 기업 등 경제ㆍ지역전문가 57명에게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35%는 현재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 '재정건전성'을 꼽았다. 불평등의 확대(19%)와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나 세계화 후퇴(16%) 등 국제 통상 문제에 앞서 건전성을 화두에 올린 것이다. 이밖에 금융시장의 불안정성(12%)과 인플레이션(11%) 등도 시급한 과제로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세계 각국이 도입한 정책 가운데 가장 효과적이었던 정책으로도 보건 및 방역정책(36%)과 함께 정부지출확대(35%)를 택했다. 통화정책 및 유동성확대(19%), 국제공조(5%)도 언급됐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정부의 지출은 불가피했으며 효과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재정건전성 문제에 대해 살펴야 한다는 것이 응답자들의 중론인 셈이다. 안성배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시점에서 정부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로 인해 훼손된 재정건전성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푸는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지난 10일 기재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9월 통합재정수지는 80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사회보장성 기금을 빼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8조4000억원까지 불었다. 작년 같은기간 적자(57조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9월 말 국가채무는 800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이며, 작년 말(699조원)보다 100조원 넘게 늘었다. 이는 9월이 계절적으로 세수 규모가 작은 탓도 있지만, 앞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집행된 4차례의 추경 영향이 가장 크다. 정부는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와 국가 채무가 각각 118조6000억원, 846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 전인 11일 KDI가 재정건전성 문제와 함께 증세를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KDI는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는 재정 건전성과 국가 신용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면서 "향후 경기 회복 시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강력히 제어할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재정 확보 방안을 묻는 질문에 "지출 구조조정과 세수 기반의 광범위한 확충이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증세 방안도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KIEP는 국내상황과 연계해 직접 언급 하지 않았지만,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증세 움직임을 전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법인세와 개인소득세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실제 바이든 당선인은 후보 당시 공약을 통해 연소득 40만달러가 넘는 고소득자에게는 급여세 12.4%를 부담토록하고, 법인세도 21%에서 28%로 상향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두 차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던 일본과 관련해서도 "소비세율 인상 및 세출억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추경 편성에 따라 재정적자가 크게 확대돼 정부의 재정건전화 목표달성이 불투명해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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