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규의 7전8기]회생절차에서 미신고채권 구제방법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2차 협력업체인 A회사는 오랜 기간 대기업 1차 협력업체인 B회사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해 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B회사는 대금지급을 연체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2020년 초에는 회수하지 못한 부품대금이 10억 원에 이르렀다. A회사 사장은 2020년 10월에서야 B회사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했고 이미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된 사실을 알게 됐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A회사가 B회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물품대금채권 중 6억 원 정도는 회생채권이고, 이미 채권신고기간이 경과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B회사의 관리인(기존 B회사의 사장)은 회생채권자목록에 A회사의 물품대금채권을 기재하지 않았다.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채권자(회생채권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채권신고다. 법원은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면서 채권자가 법원에 채권을 신고할 기간을 정한다. 채권자가 채권신고기간 내에 채권신고를 하지 아니할 경우 해당 채권은 실권될 수 있다. 물론 관리인이 해당 채권을 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하면 실권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많은 채권자가 존재하는 기업회생절차에서 관리인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회생채권자목록에 일부 채권자를 누락할 수 있다. 특히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처럼 회생채권자목록에도 기재되어 있지 않고 채권자가 채권신고기간 내에 채권신고를 하지 아니하면 해당 채권은 실권될 수 있다. 절차 진행의 신속과 채무자의 회생을 위한 결단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채권자는 거래 상대방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됐다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의 회생절차개시결정은 개별 채권자에게 통지되지 않고 법원 인터넷 게시판에 공고하는 것으로 갈음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채권자가 채권신고기간 내에 채권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 경우 채권자의 채권은 모두 실권되는가. 앞서 사례에서 A회사의 채권은 채권자목록에도 기재되어 있지 않고, 채권신고기간 내에 신고도 하지 않았으므로 실권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구제 방법은 없는 것일까. 회생절차개시사실을 몰라 채권신고를 하지 못한 채권이 모두 실권된다고 하는 것은 정의 관념에 반한다. 그래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이나 대법원은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구제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추후 보완신고를 이용하면 된다. 추후 보완신고란 채권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채권신고기간을 지나친 경우 사후적으로 채권신고를 인정하는 것이다. 채권자가 채권신고기간이 지난 후 상대방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된 사실을 알게 됐고, 아직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나기 전이라면 추후 보완신고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위 사례에서 A회사는 채권신고기간 내에 회생절차개시사실을 알지 못한데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A회사는 서울회생법원에 물품대금채권을 신고하면 구제받을 수 있다.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난 후 채권자가 상대방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된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원칙적으로 위 관계인집회가 끝나면 추후 보완신고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위 관계인집회가 끝나면 채권을 회생계획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위 관계인집회가 끝난 후에도 추후 보완신고를 인정하고 있다.

채권자가 회생절차개시사실 및 채권신고기간에 대해 개별적인 통지를 받지 못하는 등으로 회생절차에 관해 알지 못함으로써 위 관계인집회가 끝날 때까지 채권신고를 하지 못하고, 관리인이 그 회생채권의 존재 또는 그러한 회생채권이 주장되는 사실을 알고 있거나 이를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회생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경우, 채권자는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난 후에도 추후 보완신고를 할 수 있다. 다만 채권자는 회생절차에 관해 알게 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채권신고를 보완해야 한다. 앞서 사례에서 A회사는 B회사의 회생절차개시 사실을 알지 못했고, 관리인은 오랜 거래관계로 A회사의 물품대금채권의 존재를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관계인집회 이후라도 추후 보완신고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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