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김민영 기자] 자영업자인 장충선(56ㆍ가명)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지난 6월 어쩔 수 없이 가게를 접었다. 폐업과 동시에 은행ㆍ2금융권 등에서 빌린 2억원 규모의 빚더미에 노출된 장씨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당장 필요한 생활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대부업 대출까지 알아봤지만 막대한 대출금과 바닥을 친 신용등급으로 돈 빌리기가 쉽지 않았다.
불법 사채에 손을 대려던 장씨는 지인을 통해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의 보증상품 '햇살론17' 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급한대로 7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런데 얼마 못 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사업장마저 일손을 줄여야하는 상황에 처했고, 일자리를 잃어 일용직을 전전하던 장씨는 햇살론17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을 한 차례도 못 한 채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코로나19로 더욱 고착화한 구조적 불황의 여파로 서민 대상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했다가 제대로 갚지 못하고 파산 또는 채무조정 절차에 돌입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최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햇살론17의 연체율이 급등하며 정부가 대신 갚아야 할 돈도 빠르게 늘어나는 형국이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0.2%였던 햇살론17 대위변제율은 9월말 현재 3.4%까지 급등했다. 대위변제율은 전체 대출 중 은행이 서금원에 요청한 대위변제액의 비율을 뜻한다. 햇살론17의 경우 4회차까지 연체가 이어지면 은행이 서금원에 대위변제를 요청할 수 있다. 지금까지 모두 340억원을 정부가 대신 갚았다.
햇살론17은 신용도가 낮아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에서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를 제도권 금융으로 포용하기 위해 국민행복기금이 100% 보증하는 대안 상품이다.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이거나 45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등급이 6~10등급에 해당하면 연 17.9%의 고정금리로 최대 14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기금과 상품을 건전하게 관리해야하는 서금원 입장에선 이 같은 흐름이 적잖은 부담이다. 특히 장씨처럼 1회차 원리금조차 납부하지 않고 채무조정 등의 절차에 의지하는 경우를 우려한다. 사실상 ‘마지막 대출’로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를 경계하는 것이다.
일러스트=이영우 기자 20wo@
서금원은 이에 따라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경우 일정기간 동안 대출금을 상환해야만 개인회생이나 개인워크아웃을 통한 채무감면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원리금을 1회도 상환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도덕적 해이로 간주하는 건 무리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출 직후 발생한 불가피한 상환능력 악화로 상환을 못 할 수 있고, 대출 당시부터 상환능력이 부족했던 채무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또 “도덕적 해이로 인한 미납이 확인될 경우에는 채무자의 신복위 신청여부와 무관히 채권자의 회수 권한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신복위 채무조정의 경우 채권금융회사가 부동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경우 부동의로 대응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에 대한 관리기관의 우려에도, 금융당국의 입장에도 모두 일리가 있다”면서 “서민금융시장의 특성상 어느정도의 부실은 떠안고 갈 수밖에 없는 만큼 코로나19라는 파도를 일단 넘고, 이후에 더욱 입체적이고 다변화된 관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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