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비백·폴딩박스 웃돈 주고 산다"…'한정판'에 목 매는 소비자들

경기 불황에 한정판에서 소유욕·소확행 느껴
"한정판 인기 당분간 지속될 듯"
유통업계, 뜨거운 인기에 굿즈 물량 늘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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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이승진 기자] 유통업계가 '한정판 굿즈' 열풍으로 뜨겁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제품에 대한 소유욕, 과시욕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팍팍해진 삶 속에서 한정판 굿즈에 '소확행'을 느끼는 이들이 늘며 곳곳에서 품절 대란, 중고 장터에서 웃돈 거래까지 이뤄지고 있다.


택배 보냉가방도 중고거래

9일 SSG닷컴의 '대한민국 쓱데이'에서 스타벅스와 함께 제작한 보냉가방 한정판 '알비백'이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에서 5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며 귀한 몸이 됐다. 택배배송시 사용되는 '알비백'은 포장재를 줄이기 위한 재활용품에 가깝다. 하지만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와 한정판이라는 수식어가 붙자 상황이 달라졌다.

SSG닷컴은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주문금액 20만원 이상을 달성한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그린 사이렌' 3만개, '베어리스타' 7만개, 총 10만개의 알비백을 제작했다. 수량이 더 적어 희소가치가 높은 '그린 사이렌'은 이틀만에 3만개가 모두 소진됐다. 행사기간 동안 증정된 알비백은 모두 9만개, 알비백을 얻기 위해 소비자들이 지불한 금액만 180억원에 달한다.

중고거래앱에서 2~3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알비백

중고거래앱에서 2~3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알비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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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이 전도됐다는 후기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온라인에서는 알비백을 얻기 위해 '20만원을 채우기 위해 필요 없는 물건을 샀다'거나 '장본지 이틀 만에 또 장을 봤다'는 등의 글이 쏟아졌다. 알비백 제공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알비백 중고거래와 관련한 글 수백건이 올라왔다.


지난 여름에는 스타벅스가 여름 프리퀀시(쿠폰) 행사에서 지급한 '서머 레디백' 사은품을 받기 위해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고객이 음료 300잔을 주문한 뒤 사은품만 여러 개 챙기고 음료 299잔은 모두 버리고 가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겨냥한 캠핑용 굿즈로 인기를 끈 커피빈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매장에서 음료 1잔에 1만1900원을 추가하면 증정했던 폴딩박스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개당 3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으며 음료 1잔에 3만6000원을 추가하면 증정했던 텐트 제품은 약 7만원 가량에 팔리고 있다.

팍팍한 삶, 소비로 달랜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는 물론, 중년층까지 팍팍한 삶을 소비로 달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의 경우 집, 차 같은 값비싼 것들에는 아예 접근할 기회조차 없으니 한정판 굿즈 같은 것으로 소확행을 하는 것이고, 중년층 역시 어려운 경기 속에서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거나, 레트로 상품들에서 과거의 향수를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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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의 한정판 굿즈 마케팅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집객 행사 자체가 어렵다 보니 선택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신세계사이먼은 트립웨어 전문 브랜드 '로우로우'와 '피크닉매트백' 2종을 출시하며 굿즈 마케팅에 나섰다. 4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선착순, 한정 수량 증정한다.


스타벅스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매년 출시하는 굿즈 종류를 플래너 4종과 폴더블 크로스백 3종으로 늘렸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지난해 증정 물량과 매장 증가 수를 모두 고려해 굿즈 제품을 충분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커피빈 역시 코듀로이 가방이 포함된 2021 플래너 세트 물량을 지난해에 비해 40% 가량 늘렸다.


임 교수는 "기본적으로 한정판 제품에는 시간과 수량의 촉박함에서 오는 소유심리가 동반하는데 어려운 경기 속에서 이같은 심리가 더 자극된 것 같다"며 "한정판 굿즈를 활용한 마케팅은 언젠가는 '약빨'이 다할 테지만 당분간은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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