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말했다 "나 때는 말이야"…'젊은 꼰대'를 아시나요

자유분방한 '90년대생'…일부 안하무인 '꼰대'도
직장인 10명 중 7명 '우리 회사에 젊은 꼰대 있다' 응답
'자신 경험이 전부인 양 충고하며 가르치려는 유형' 가장 많아

1990년대생들 일부에서 50대 상사 '꼰대'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이른바 '젊은 꼰대'들이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의 경험이 전부인 양 충고하며 가르치려는 유형'이 가장 많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990년대생들 일부에서 50대 상사 '꼰대'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이른바 '젊은 꼰대'들이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의 경험이 전부인 양 충고하며 가르치려는 유형'이 가장 많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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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솔직히 젊은 꼰대가 더 스트레스 받습니다."


20대 후반 직장인 김 모 씨는 최근 1년 먼저 입사한 선배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았다. 평소 지각을 안 했지만 5분 지각을 했다는 게 이유다. 질책 시간은 30분이 넘어섰다. 입사 선배는 왜 지각을 했는지 묻지도 않았다.

김 씨는 "부서장에게도 이렇게 혼나지는 않았다"라면서 "선배 입장도 이해가지만, 이렇게 사람을 세워놓고 심하게 정신 교육을 들을 일인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게 '20대 꼰대','젊은 꼰대' 같다면서 왜 지각을 했는지 묻지도 않고 그냥 모욕적인 말만 들었다. 그냥 '답정 너'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한 조사 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우리 회사에 젊은 꼰대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에서 직장인 19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4%가 이같이 답했다.


여기서 '젊은 꼰대'란 1990년대생을 말한다. 90년대생은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직장에서의 'MZ 세대'는 상사에게 격의 없이 대화하는 세대로 대표할 수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퇴근길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퇴근길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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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요인은 일부 90년대생들의 '젊은 꼰대' 기질이다. 상사의 지시나 불합리한 업무 요청에 자기 생각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해 조직에 활력을 주기도 하지만, 일부 90년대생들은 상사 모습을 그대로 답습해 사실상 '꼰대' 모습을 그대로 보인다.


서울 소재 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20대 회사원 이 모 씨는 "최근 입사 1년 선배가 따로 불러 업무에 대한 지적을 심하게 했다"면서 "부서장이 지시한 내용대로 하고 있는데, '본인이 볼 때 아니다'라며 지적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솔직히 1년 먼저 회사에 들어온 선배에게 배우면 얼마나 배우겠나"라면서 "그럼에도 부서장 지시 내용을 흔들고 지적해서 아주 곤욕스러웠다"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같은 조사에서 이 같은 상황이 '젊은 꼰대'가 제일 많이 보이는 사례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젊은 꼰대'들이 주로 하는 꼰대스러운 행동으로는 자신의 경험이 전부인 양 충고하며 가르치려는 유형(57.8%, 복수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라'고 하고 결국 '본인의 답을 강요하는 답정너' 유형(41.3%), '선배가 시키면 해야 한다'는 식의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유형(40.7%), '나 때는~'으로 시작해 자신의 과거 경험담을 늘어놓는 유형(35.1%), 만나면 나이부터 확인하고 본인 보다 어리면 무시하는 유형(28.7%), 개인사보다 회사 일을 우선시하도록 강요하며 사생활을 희생시키는 유형(26.4%)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일부 20대 사원들이 50대 상사들의 '꼰대 문화'를 그대로 답습, 직장 동료나 몇개월 입사 후배에게 그대로 보이고 있어 '괴롭다'는 젊은 직장인들의 하소연이 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근 일부 20대 사원들이 50대 상사들의 '꼰대 문화'를 그대로 답습, 직장 동료나 몇개월 입사 후배에게 그대로 보이고 있어 '괴롭다'는 젊은 직장인들의 하소연이 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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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꼰대들이 상사를 욕하면서도 자신도 꼰대처럼 행동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꼰대 문화 아래서 자연스럽게 배웠기 때문'(45.6%, 복수응답)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또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라서(42.4%)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윗사람이라는 권위에 도취돼서'(31.3%), '아래 직원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14.2%) 등의 의견이 있었다.


'젊은 꼰대'를 바라보는 상사들은 '꼰대' 기질에는 나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4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보통 나이 많은 사람들이 꼰대 소리를 듣는데, 입사 동기들을 보면 원래 좀 '꼰대 마인드'가 있는 동료들이 있다"면서 "그런 사람들이 직급이 높아지고 부서장이 되면 완벽한 꼰대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회사원 박 모 씨는 "50대들이라고 다 꼰대는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합리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통해 결론을 내는부서장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꼰대는 어떤 근거 없이 사실상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 같다"면서 "이런 의미로 볼 때 꼰대는 부서에서 마이너스 역할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꼰대'로 인한 조직 내 갈등은 우선 충분한 소통으로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조직에서의 갈등 유형으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서로 오해에서 비롯한 상황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다만 "소통을 위한 소통이나 형식적인 대화는 오히려 관계를 악화할 수 있다"면서 "서로의 입장을 일단 바꿔 생각해서 조금씩 상대방의 장점도 찾는 등 노력하는 자세가 함께 병행될 수 있어야, 오해를 풀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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