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자리한 공방 '공드리워크숍'의 외부 전경/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무거운 현실에 가위눌린 이들이 쉽게 찾는 것은 의외로 가벼운 소재들이다. 이를테면 친구와 나누는 잡담, 오붓한 장소에서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오솔길 산책이나 드라이브, 소중하게 모은 자그맣고 예쁜 소품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욱 팍팍해진 경제 상황에서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하는 이들은 일상의 탈출구로서 오브제를 멀지 않은 곳에서 찾기도 한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2번 출구에서 5분 남짓 걸으면 닿을 수 있는 ‘공드리워크샵’은 살짝 열린 문 틈새로 따뜻함이 흘러나오는, 그런 곳이다.
나무문을 열자마자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향기가 훅 끼쳐온다. 소소한 물건을 판매하는 쇼룸이면서도 비누, 향초 등을 제작하는 공방을 겸하고 있어서다. 입구 정면의 매대에는 스콘, 마카롱, 케이크, 카눌레 등 디저트 모양부터 레몬, 치즈, 곰돌이, 조개 같은 다양한 디자인의 향초가 가득하다. 옆으로 이어진 매대는 엽서나 스티커, 메모지, 에코백, 머리끈, 반지 등 가격대가 높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는 물건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공방 한쪽 선반에 놓인 색색의 비누도 눈에 띈다.
16년 지기 친구인 고은지ㆍ이다정 대표(33)가 꾸린 이 공간은 얼마 전 개업 2주년을 맞았다. ‘선물 공방 공드리’로 시작된 이곳은 몇 번의 변화를 거쳐 현재 ‘공드리워크샵’이 됐다. 공드리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있을까. 이 대표는 ‘공들여 만든다’는 의미가 녹아 있다고 했다. 이어 “고은지와 이다정의 성을 따 ‘고+앤드+리’라고도 볼 수 있다”며 “제가 가수 혁오의 ‘공드리’라는 노래를 좋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마카롱, 케이크 등 디저트 모양부터 레몬, 치즈, 곰돌이, 조개까지 다양한 디자인의 향초를 판매하고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고등학교 동창인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취미를 공유하게 된 게 공드리워크샵의 시작 점이다. 고 대표는 “각자 퇴근하고 오면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비누나 향초를 만들면서 풀었다. 그러면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면서 “같은 해에 퇴사를 하면서 막연하게 ‘공방을 해볼까?’라고 했던 게 현실이 됐다”고 했다. 두 사람은 “서른 살 즈음이었는데 하고 싶은 걸 미루면 아예 못할 것 같았다. ‘1년은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저질렀다. 아직까지 수습 중이다”라면서도 밝게 웃었다.
‘친구 사이면 종종 싸우는 일은 없나’라고 물었더니 ‘다들 그 질문을 많이 하더라’라는 답이 돌아왔다. 고 대표는 “‘의견 충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싸운 적은 없다”며 “같이 살았기 때문에 싸우거나 나쁘게 틀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배려와 우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작은 선물을 골라 직접 상자를 꾸며 포장해가기도 하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비누나 향초를 제작하며 유대감을 쌓기도 한다. 혼자 1대 1 클래스를 등록하고 스스로를 위한 선물을 정성껏 만들어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렇게 방문한 수강생들은 두 대표와 좋은 인연을 맺고 친구나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다시 찾기도 한단다.
향초 외에도 엽서나 스티커, 메모지 등 다양한 상품이 눈길을 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초보자가 쉽게 할 수 있는 보석비누ㆍ디저트 캔들ㆍ입욕제ㆍ방향제 등 원데이클래스를 비롯해 깊이 있는 전문가반 수업도 운영한다. 자격증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수강생들은 ‘따뜻한 분위기’를 이 공간의 장점으로 꼽는다. 종종 이 대표와 함께 출근하는 반려견 ‘하트’는 아기자기한 공간에 귀여움과 따뜻한 감정을 더하는 역할을 하곤 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영향일까. 공드리워크샵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해우소’가 되기도 한다. 수강생들은 종종 일과를 마친 뒤 지친 발걸음을 이끌고 이곳을 찾아 힘든 일을 털어놓기도 하고, 간혹 눈물을 보이기까지 한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는 “회사 동료나 친구 같은 주변 사람보다 오히려 모르는 사람에게 터놓고 말하기가 더 쉬울 때가 있는 것 같다”며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 계속 아늑하고 따뜻한 쉼터 같은 공간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대표도 “수강생분들이 ‘1주일 동안 이거 하려고 기다렸다’ ‘이 시간이 너무 좋다’는 말을 해주면 굉장히 뿌듯하다”며 “우리가 좋은 기운을 줄 수 있고, 수강생분들도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보람차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찾는 이들이 헛헛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이면서, 운영의 주체들 역시 함께 호흡하면서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는 얘기다.
공드리에서는 ‘공드리거래거래마켓’ ‘사부작바캉스’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더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려는 목적에서다. 이 대표는 “이런 행사를 주기적으로 열고 싶다”면서 “좀 더 색다른 행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세운 계획은 아직”이라고 밝혔다. 고 대표는 “공드리라는 이름을 브랜딩할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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