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꺼내든 트럼프…'위기의 인터레그넘' 대혼돈 속으로

우편투표 빌미로 재검표 요구…우려했던 '대선불복' 현실화
2000년 대선과는 또 다른 혼란에 통제불능 상태 확산 우려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상황을 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상황을 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미국이 11ㆍ3 선거 이후 '위기의 인터레그넘(interregnum)'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인터레그넘은 선거일부터 차기 대통령의 취임 선서까지의 권력 공백기를 의미한다. 투표 종료 후 하루가 지나도록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를 빌미로 재검표, 소송카드를 꺼내들면서 그간 가장 우려한 '대선 불복' 사태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이대로라면 피 말리는 초접전으로 연방대법원까지 갔던 2000년 대선과는 또 다른 혼란이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른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통제 불능의 상태로 만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러스트벨트 겨냥한 소송전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이튿날인 4일(현지시간) 핵심 경합주를 겨냥한 소송전에 돌입했다. 이른바 '러스트벨트'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주와 미시간주에서는 개표중단 소송을, 위스콘신주에서는 재검표를 요구했다. 이어 또 다른 경합주인 조지아주에서도 개표중단 소송을 냈다.


위스콘신의 경우 두 후보의 격차가 0.6%포인트 수준에 불과하다. 위스콘신법에 따르면 득표 격차가 1% 이내일 때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 이날 새벽 "(연방)대법원으로 갈 것"이라고 발표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실행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초반만 해도 이들 주에서 두 자릿수로 앞섰지만 현재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에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역전된 상태다. 이미 경합주인 애리조나주를 놓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러스트벨트까지 빼앗길 경우 패배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판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캠프의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부 주의 선거 결과에 이의 제기를 준비 중"이라며 "합법적 투표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송 꺼내든 트럼프…'위기의 인터레그넘' 대혼돈 속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색이 짙어질 경우 이에 불복해 소송전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는 선거 전부터 제기됐었다. 바이든 후보 측 역시 법정 싸움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바이든 캠프의 밥 바우어 법률고문은 이 같은 행보를 예상했다며 "우리는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그(트럼프 대통령)는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개표가 완료되더라도 연방대법원에 의해 당선자가 결정된 2000년의 재검표 카오스가 반복될 공산이 크다. 선거일로부터 차기 대통령의 취임 선서까지의 인터레그넘 기간, 무슨 일이 미국에서 발생할지 장담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의 시기에 접어든 셈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미 전역에서 뽑힌 선거인단 538명은 12월14일 각 주 주도에서 공식 투표한다.


역대 가장 치열한 선거로 기록된 2000년 대선 당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엘 고어 민주당 후보가 플로리다주에서 얻은 득표수 차는 수백 표에 불과했고, 치열한 소송전이 전개되며 당선자 확정까지 무려 5주가 걸렸다. 인디펜던트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전 세계가 통제 불능의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위험한 인터레그넘" 대혼란 커진다

특히 이번 선거는 2000년의 카오스와 또 다른 대혼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시 고어 후보는 연방대법원이 재검표 중단을 결정하자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동일한 행보를 보일 것이냐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인터레그넘 기간 현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을 휘두르려 할 경우 미국의 대혼란은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불워크는 위험한 인터레그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1932년 대선 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의 행보를 언급하며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이 후버 전 대통령처럼 자신의 마지막 임기를 국가를 위해 사용하지 않으면 미국의 분열은 높아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후버 대통령은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후보에게 472 대 59로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하지만 대선 결과에 승복한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서 루스벨트 당선자의 공약을 사사건건 막는 바람에 합법적 권력 이양에 차질이 빚어졌었다. 말 그대로 '2명의 대통령' 상황이 전개된 셈이다.


더불워크는 이로 인해 대통령 취임 시기가 1월로 당겨진 사실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면 취임 이전까지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을 우려했다. 이 경우 양 진영의 극한 대립 속에 혼란과 분열이 이어지며 경제, 사회, 국제, 외교안보 전반에서 사상 최악의 대혼돈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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