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단 차량 1000만대 시대…할인 줄이는 손보사 속내는

블랙박스 할인 특약 가입 1078만대
안전운전 유도…교통사고 과실 단서
손보사 "블랙박스 달아도 사고율 높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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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타이어뱅크의 한 매장에서 고객이 점검을 맡긴 차량의 휠을 고의로 훼손해 교체를 권유한 사실이 드러나게 된 결정적인 단서는 '블랙박스'였다. 타이어 매장 직원이 휠에 스패너를 끼우더니 힘껏 들어 올려 구부리고는 교체를 권유한 사실을 자신의 블랙박스 영상에서 확인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블랙박스 특약'에 가입한 차량이 1000만대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박스는 자동차 운행 영상을 기록하는 장치로 교통사고 뿐만 아니라 불법 운행이나 주정차를 신고하거나 뺑소니범을 추적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손해보험사들이 블랙박스 대중화로 손해율 개선효과가 떨어지면서 장착만으로도 제공했던 할인을 폐지하거나 할인율을 축소하고 있다.

5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자신의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하고 자동차보험 할인 특약에 가입한 차량이 지난해 기준 1078만대를 기록했다. 전년 보다 13.4% 증가해 처음으로 1000만대를 넘어섰다.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대수(1669만대)의 64.6%에 달하는 규모로 시중에 운행 중인 차량 10대 중 6대는 블랙박스를 장착한 셈이다.


특히 블랙박스 장착만으로도 자동차보험 할인이 가능해 자보 가입자들에겐 필수적인 혜택 중 하나로 꼽힌다. 특약 형태로 가입 가능한데 가입률은 2017년 50%를 넘어선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블랙박스의 대중화는 손해보험사의 입장에서도 반갑다. 자동차보험 보상 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과실비율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블랙박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운전습관이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운전자 스스로 안전운전을 하도록 유도하게 된다.

A씨의 범행이 포착된 인근 택시 승용차 블랙박스 영상 캡처/사진=인천 연수경찰서 제공(연합뉴스)

A씨의 범행이 포착된 인근 택시 승용차 블랙박스 영상 캡처/사진=인천 연수경찰서 제공(연합뉴스)




하지만 블랙박스가 대중화되면서 손보사들이 블랙박스 할인 혜택을 잇따라 줄이고 있다. 이미 많은 차량에 장착됐고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효과가 과거에 비해 떨어지다보니 할인 혜택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삼성화재 는 연식이 12년 이상된 노후차량에 대해 지난 4월부터 블랙박스 할인을 제외했다. DB손해보험 도 7월 블랙박스 특약 할인율을 차량 연식별로 차등 변경했다. KB손해보험도 할인율을 4.2%에서 12년 미만은 2.8%, 12년 이상은 0.2%로 낮췄다.


특히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최근들어 다시 상승하면서 손해율 관리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9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5∼87%로 잠정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보험료 할인 혜택을 줄이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손보사 관계자는 "블랙박스를 장착해도 고연식 차량은 오히려 사고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할인에 차등을 두기로 결정했다"며 "블랙박스 할인폭이 크지 않아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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