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계몽 군주'에 비유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발언을 두고 야당에서는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계몽 군주는 합리적이며 개혁적인 정치를 추구하는 군주를 말하는 것으로 유 이사장 발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독재가 아닌 합리적 개혁을 하는 일종의 정치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논란이 일자 유 이사장은 "배운 게 죄다. 내가 너무 고급스러운 비유를 했나 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의 계몽 군주 발언과는 별도로 그의 말 한마디에 야당에서 비난을 쏟아내는 등 일종의 유 이사장 발언 파급력을 확인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재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 시즌3'로 복귀를 예고한 상태다. 그는 이 방송에서 '도서 비평'에 방점을 찍고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에서는 '계몽 군주' 발언과 같이 정치·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계몽 군주라고 한 것을 (비판적으로) 떠드는 분들은 2천500년 전 아테네에서 태어났으면 소크라테스를 고발했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 이사장은 18세기 러시아 황제 예카테리나 2세, 오스트리아 통치자였던 마리아 테레지아 등을 언급하며 "(그는) 못됐지만, 계몽 군주라고 친다. 독재자였지만 교육을 중시했고, 유대인을 너그럽게 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은 생물학적 운명 때문에 전제군주가 된 사람"이라며 "과거처럼 하려니까 사람들이 안 참을 것 같고, (독재를) 더 오래 하려고 한 것들인데,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 김정은을 '계몽군주'라고 가리킨 것을 '고급 비유'라고 말한 유 이사장을 향해 "천지분간 못하고 혹세무민(惑世誣民·세상을 어지럽히고 시민을 속임)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계몽 군주는 고등학교 세계사만 배워도 다 아는 보통 단어"라며 "유 이사장은 본인의 지식세계가 상당히 고급지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이어 "김정은이 선대 군주와 달리 조금이라도 세련되고 유연한 계몽군주가 되길 바라는 건 탓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그가 계몽군주이길 바라는 유 이사장의 기대가 지나쳐서 사실을 왜곡하고 혹세무민하는 걸 비판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유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김 위원장 사과에 대해 "리더십 스타일이 이전과는 다르다. 내 느낌에는 계몽 군주 같다"고 언급했고, 야권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을 칭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10월 '알릴레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알릴레오' 방송 캡처
이런 가운데 유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시즌3'로 복귀한다. 시즌3는 유 이사장이 앞서 보인 정치 비평이 아닌 도서 비평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 사과를 두고 계몽 군주로 표현하는 등 사회 비평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어 해당 방송을 통해서도 여러 정치·사회 비평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내년에 치러지는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을 염두에 둔 일종의 정치적 행보라는 견해도 있다.
단순 책 비평이 아닌 어떤 형식으로든 문재인 정부에 이익이 되는 목소리를 내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일부 시민들은 유 이사장이 단순 책 비평에 머무는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40대 회사원 이 모 씨는 "(유 이사장이) 방송에서 책 비평을 한다고 하지만, 재보궐, 대선 등 정치적으로 굵직한 이슈가 많은 시점에, 결국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지 않나. 정치와 무관한 유튜브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김 모 씨 역시 "여권 인사가 유튜브로 책 얘기만 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어떤 형식이든 문재인 정부에 도움이 되는 일종의 스피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책 비평을 한다고 하지만, 정치인 자서전이 특정 정책을 정리한 도서를 소개하는 모양일 수도 있다"면서 "결국 재보궐 등 정치적 이슈에 유 이 사장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전문가 견해도 일반 시민들의 의견과 다르지 않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유 이사장은 늘 정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재보선이나 대선에 관심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인 스스로 대선에도 관심이 있을 수 있다. 일종의 책 소개 형태를 빌려 자신의 정치적 비전이나 식견을 드러내는 활동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한편 유 이사장은 차기 대권 출마 가능성에 대해 "지지율이 압도적인 1위라도 안 한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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