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공개 시초' 주홍글씨 "경찰수사 두려워 극단적 선택도"

주홍글씨 개설자 "경찰 수사 부담돼 활동중단"
2기 운영자 "압박감 커도 운영은 계속"
경찰 "수사 중…다른 할 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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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성 착취물 가해자 등의 신상을 공개하는 '온라인 자경단'의 시초 격인 텔레그램 ‘주홍글씨’ 운영자들이 자신들을 향한 경찰 수사에 강한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반면 이들은 경찰에 자수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주홍글씨 최초 개설자로 알려진 ‘중국전문’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더 이상 활동을 못하겠다고 판단해 그만두게 됐다”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얼마 전 경찰이 신상 공개 웹사이트인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를 특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돌연 주홍글씨 단체 채팅방에서 자경단 활동을 그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만 해당 채팅방은 2기를 통해 계속 운영한다고 공지했었다.

그는 “원래도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경찰 추적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면서 “자수를 할까도 생각해봤지만 현재는 그럴 생각까진 없다”고 말했다.


중국전문에게 주홍글씨 채팅방을 이어받았다는 운영자 A씨 역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등 자경단 활동을 하던 이들이 끝내 검거되는 것을 보며 압박감이 커졌다고 했다. A씨는 “제한된 상황에서도 검거하는 것을 보면 (경찰이) 유능하다고 느낀다”면서도 “(경찰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운영자를 바꾸는 식으로 계속 운영될 것”이라고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씨도 마찬가지로 경찰에 자수하진 않겠다고 했다. 주홍글씨 측은 26일 공지를 올리고 "텔레그램이 사라질 때까지 신상공개 활동을 하겠다"며 "운영자가 체포되더라도 채널을 없애진 않겠다"고 재차 운영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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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측은 원래 경찰 수사를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왔다. 텔레그램 외에 다른 메신저 등을 일절 쓰지 않아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어서다. 그러나 일부 주홍글씨 관련자들이 이미 검거된 데다가 이후 등장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까지 붙잡히며 이런 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들은 디지털교도소 측과도 일부 자료를 공유해왔다고 주장했다. 디지털교도소 측에서 성범죄자 등과 관련해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면 이를 찾아 보내주는 식으로 교류했다는 것이다. 다만 두 단체 운영진 등이 겹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홍글씨와 관련한 수사는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전담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수사를 이어오면서 일부 운영진 검거에는 성공했으나 아직 검거되지 않은 운영진들에 의해 여전히 신상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 외엔 말해줄게 없다”면서 “최대한 빨리 검거할 수 있도록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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