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기업이 위기일 때 리더라면…시간·공간·인간을 바꿔라

권오현의 '삼성의 초격차' 노하우 제시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제공=삼성전자)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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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이 2년 만에 저서 '초격차' 후속편격인 '초격차: 리더의 질문'을 들고 돌아왔다. 2018년 발간된 '초격차'가 삼성전자에서 쌓아 올린 33년간의 경영 노하우에 대해 말했다면 '초격차: 리더의 질문'은 좀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권 고문은 스타트업 창업가, 가업 승계자, 전문 경영인 등 중소·중견 기업의 리더들과 만나 함께 고민한 질문에 현실적인 답을 내놨다. 실제 경영현장에서 나올 법한 32개 질문을 '리더', '혁신', '문화'라는 3장으로 분류해 답한다.

권 고문은 1장 '리더'에서 효율성 극대화와 관리라는 프레임에 갇힌 리더들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지적한다. 산업화 시대에 경험한 성공모델인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새로운 제품 및 기술을 빠르게 좇아가는 전략 혹은 그 기업)'가 참고할 대상과 자료는 이제 없다.


권 고문에 따르면 경영자는 실수하지 않도록 관리만 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다.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하고 자기 업무의 상당 시간을 미래의 일에 집중하며 다양한 의견 청취를 통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많이 던져야 한다.


경영자가 위기 운운하며 경영실적이 좋지 않거나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일 때마다 "위기인데 근무기강이 해이해서 이 모양"이라는 말만 습관적으로 내뱉는다고 권 고문은 비판한다. 위기감을 조성하거나 근무기강을 들먹이는 언행이야말로 자기 잘못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글쓴이는 이렇게 강조하기도 한다. "구성원이 게을러서 조직이 망하는 경우는 없다. 경영이 어렵다고 계속 위기라고 말하면 조직원들도 내성이 생겨 무감각하게 받아들인다. 진짜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믿지 않게 되는 것이다."


위기 상황이나 분위기 반전이 필요할 경우 3간(三間), 다시 말해 시간·공간·인간 중 최소 하나라도 바꿔야 한다는 게 권 고문의 생각이다.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로 시작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신경영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시행이 좋은 예다.


권 고문은 기업의 성장 단계를 창업-성장-확장-초격차로 구분하고 각 단계에서 기업이 추구해야 할 전략도 제시한다. 우리나라 기업 대다수는 성장 단계에 머물다 확장하지 못하고 쇠퇴기로 접어든다. 초격차에 도달한 기업은 아직 없다. 이에 권 고문은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로 더 밀어 붙여보라고 조언한다.


리더는 혁신 의지와 더불어 통찰력·결단력·실행력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하지만 혁신을 혼자서 단행할 순 없다.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와 실무 인재들이 필요하다.


저자는 좋은 조직문화야말로 오래 생존하기 위한 기반이며 리더가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제시한 좋은 기업문화를 일구는 세 요소는 도전·창조·협력이다. 기업을 생명체로 여기고 호모 사피엔스(현생 인류)의 진화 과정과 접목시켜야 한다.


"인간은 도전하고 창조하고 협력한 결과 만물의 영장이 됐고 어떤 생명체도 이루지 못한 초격차의 단계에 도달했다. 호모 사피엔스와 큰 차이가 없었던 네안데르탈인 같은 고생 인류가 멸종된 이유는 도전, 창조, 협력이란 관점에서 호모 사피엔스보다 더 취약했을지 모른다."


기업도 조직 내 도전과 창조·협력이라는 문화를 만들어 놓으면 초격차에 도달할 것이다. '초격차: 리더의 질문'은 꼭 전문 경영인이 아니라도 조직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봄 직하다. 책에서 가상의 롤모델을 만날 수도 있으니….


(초격차: 리더의 질문/권오현 지음/쌤앤파커스/1만8000원)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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