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감 드러낸 신동빈 회장 "연내 롯데 10년 대계 수립하라"

파격 여름 인사 단행 이후 첫 경영진에 중장기 계획 마련 주문
계열사별 주력사업 고민 당부…중복·한계 사업 정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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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일본에서 한 달 넘게 머무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주요 경영진에게 "연내 롯데 10년 대계를 수립하라"고 주문했다. 지난달 파격적인 여름 인사를 단행한 이후 경영진에게 내린 첫 과제로 새로운 중장기 계획 마련을 주문하면서 그룹 내 여파도 상당할 전망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8일 화상으로 열린 주간회의에서 "향후 롯데의 10년 성장을 이끌 새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달라"고 지시했다. 현재 롯데는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신속한 대처가 부족하다는 의중을 신 회장이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력 사업인 유통과 화학 분야에서 한계 사업은 접고 새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중을 전달했다는 평이 나온다.

신 회장은 "롯데는 선도 기업이지만 계열사들의 목표는 비현실적이고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구체적인 대응 방안 및 계획을 중장기 계획에 담아달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여름 인사 직후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대표이사 중심'의 혁신을 지시한 바 있다.


특히 신 회장은 각 계열사 대표에게 "계열사별 주력 사업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하고 명확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신 회장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중장기 사업 계획을 수립한 이후 그룹 내 중복 사업 영역 조정과 한계 사업 정리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회사를 굳건히 지탱해줄 핵심 역량이 필요하다"면서 "기존 사업 분야에 얽매이지 말고, 기존 사업 구조를 효율적으로 혁신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우리만의 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신 회장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칼을 빼들고 인적 쇄신에 나선 만큼 '뉴롯데'를 이끄는 데 역량이 부족한 부분은 빠르게 교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의 한 고위 임원은 "중장기 계획 수립은 올 하반기 경영자들의 중점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신 회장의 최근 행보는 롯데그룹이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박감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롯데의 경직된 기업문화와 관성적인 업무 습관으로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발맞추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 회장이 가장 먼저 매주 1회 재택근무에 나서고 화상회의를 통해 일본과 한국을 동시에 지휘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재택근무 중에는 화상회의로 해외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한 달간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신 회장은 매주 화요일 화상회의를 통해 계열사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 ,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각 계열사도 회상회의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체질 개선과 함께 단단한 롯데그룹을 만들기 위해 재무건전성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회사채 발행 등을 추진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 신 회장이 연초부터 미주, 신흥 성장국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확대 의지를 밝힌 만큼 적극적 구조조정 이후 과감한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현금을 확보해 그룹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시드머니를 마련해 M&A로 기업을 키우는 것이 신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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