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 달라고 했지만…" 故 최숙현 죽음 내몬 사연에 시민들 '분통'

지난달 26일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 숙소서 극단적 선택
빵 20만원어치 사서 한 번에 먹게하는 등 가혹행위 수차례 당해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 공정위심의에 따라 엄중 조처"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소속팀 감독 등으로부터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24) 선수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특히 최 선수가 생전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도움을 청했지만, 이를 외면하거나 사건 해결을 쉬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가해자에 대한 신상 공개와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최 선수는 생전 소속팀이었던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배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최 선수는 경주시청 팀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의 빵을 강제로 먹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복숭아 1개를 먹은 것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과 체중 조절 실패를 이유로 3일 동안 굶기고 슬리퍼로 뺨을 맞기도 했다.


문제는 최 선수가 생전 참다못해 가해자를 고소하고 대한체육회 등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를 외면하거나 오히려 최 선수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고 갔다는 데에 있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최 선수의 지인이라고 주장한 청원인은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차마 말로 담아낼 수 없는 폭행과 폭언, 협박과 갑질, 심지어는 성희롱까지 겪어야 했다"며 "해당 폭력들은 비단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故 최숙현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故 최숙현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원인에 따르면 최 선수는 지난 2월 자신을 폭행한 경주시청의 감독을 비롯해 팀 닥터, 일부 선수들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이어 4월에는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등에 신고하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청원인은 "법적 절차 개시 이후 최 선수가 마주한 현실은 너무도 비참했다"며 "도움을 요청한 모든 공공 기관과 책임 있는 부서들은 그녀를 외면했고 사건의 해결보다는 그것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만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로 인해 최숙현 선수는 '힘 있는 분들과 국가조차 나의 권리를 지켜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극한의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폭력을 당하던 당시보다 더 큰 절망 가운데 생을 감내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3일 오전 9시50분 기준 약 24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현재 청원 게시판에는 최 선수와 관련한 청원 글이 총 6개 올라온 상태다.


최 선수에 대한 가혹행위 내용이 확산하자 시민들은 가해자 신상 공개와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누리꾼들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 등 관련 기관까지 전부 수사해야 한다", "애초에 죽음을 막을 수 있었는데 묵인한 사람들도 다 가해자", "제대로 된 수사와 강한 처벌로 체육계 폭력 끊어내야 한다" 등 강력처벌을 강조했다.


또 "끔찍한 범죄 저지른 가해자들 인권을 왜 따지냐 얼굴 당장 공개해라", "신상 전부 밝혀라", "고인이 된 최숙현 선수 얼굴은 공개하고 가해자들은 모자이크 처리하는 게 말이 되나",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정보 전부 공개해서 고개도 못 들고 다니게 만들어야 한다" 등 신상공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故 최숙현 선수가 어머니와 나눈 마지막 메시지.사진=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실 제공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故 최숙현 선수가 어머니와 나눈 마지막 메시지.사진=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실 제공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2일 "트라이애슬론 고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선수 출신인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나서서 전반적인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폭력을 신고한 날이 4월8일이었는데도 제대로 조치되지 않아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은 정말 문제"라며 "향후 스포츠 인권과 관련한 일이 재발하지 않게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철인3종협회는 같은 날(2일) 성명문을 통해 "빠르고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석원 대한철인3종협회 회장은 "협회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스포츠 공정위심의에 따라 협회가 할 수 있는 빠르고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협회는 현재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며, 오는 9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가혹행위 문제를 다룰 방침이다.


최 선수 사건은 경주경찰서의 조사가 마무리돼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으로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수사 중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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