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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1900여 명의 보안검색 요원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한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여당은 "잘못된 정보로 국민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서 자중을 요구하는 반면, 야권에서는 '문빠 찬스', '로또 취업' 등의 표현을 사용해 청와대와 여당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일부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열심히 공부해도 소용없다"며 연필을 두 동강 낸 사진을 공유하는 이른바 '부러진 펜 운동'을 통해 인국공 사태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김재섭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은 인국공 사태에 대해 연일 맹공을 펼치고 있다. 김재섭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사태로 아빠찬스에 좌절한 젊은이들이 '인국공 사태'의 문빠찬스로 절망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문빠'란 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을 뜻한다.
이어 "이번 인국공 사태가 단순히 채용 문제의 수준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행정 절차 전반에 관한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 주부터 차차 (비대위에서) 이 문제에 대해 대응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비대위원은 "정규직을 채용하는 과정의 불공정을 비판하는 것이지 정규직 전환 자체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날 김은혜 통합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이 정부는 22번의 졸속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 잡기는커녕 집 한 칸 장만하고픈 3040의 꿈을 뭉개버리더니,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로 만들겠다는 1호 현장 공약을 고수하느라 청년들 취업전선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노력해서 얻고 싶은 정규직 합격을 왜 운과 로또에 기대게 만드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비 오는데 우산을 뺏는 정부. 문재인 정부는 열심히 살아도 소용없다는 좌절의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며 "정의로운 결과의 전제조건은 기회의 평등과 공정한 과정이 담보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노력에 따른 정당한 결과와 보상이 이뤄지는 사회지, 청년의 눈물로 자라나는 로또 사회가 아니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잘못된 정보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며 언론의 자중을 요구했다.
이해찬 대표는 2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인국공 사태를 두고 "잘못된 정보가 국민들을 크게 불안하게 한다. 정확한 대응과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보도가 절박한 실정"이라며 "여러 가지 사안에서 잘못된 (논란으로) 국민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일부 인사 역시 인국공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상태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국공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며 "좋은 일자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심각한 '고용 절벽'에 마주 선 청년들의 박탈감은 이해한다. 하지만 취준생의 미래 일자리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로채 간다는 논리는 부당하다 못해 매우 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며 "청원경찰분들은 교육을 받고 몇 년 동안 공항보안이라는 전문분야에 종사했던 분들이지 아르바이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 역시 '일자리 정상화'를 주장했다. 그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기업 입사가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려운 현실에서 청년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나, 이 사안의 본질은 온갖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왜곡된 현실'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이어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해도 임금과 처우가 다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까지 비정규직이 떠맡는 사회가 돼버렸다"고 지적하면서 "능력과 의지가 있는 누구에게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들에 대한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이른바 `부러진 펜 운동` 게시물. 사진=공준모 게시글 캡처
청년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일부 취준생들은 인국공 사태에 항의 의사를 표시하는 '부러진 펜 운동'에 나섰다. 이 운동은 인국공의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국공 사태', '#부러진 펜 운동' 등의 해시태그를 올리는 캠페인이다.
그런가 하면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도 인국공 사태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반대 청원은 게시 하루만인 지난 24일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인은 "이번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은 정직원 수보다 많은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니 정말 충격적"이라며 "이곳을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인가?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는 게 평등이냐"라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은 26일 오후 1시 기준 24만2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전문가는 20·30세대가 인국공 사태에 분노를 표하는 이유로 '불공정성'을 꼽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취준생 입장에서는 우리 사회의 공정성이 사라진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취업의 기회가 갑작스럽게 다른 이들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인국공 사태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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