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2조8825억원. 최근 한 달새 이른바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려간 돈이다. 개인신용 대출이나 주택담보 등이 빠진 액수치곤 꽤 크다. '동학개미운동' 열풍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량주를 대거 사들이기도 했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롤러코스터 장에서 '한방'을 노린 투기성 자금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한 금액은 415억원(15조4202억원→15조4617억원), 미수거래는 339억원(2145억원→2484억원) 늘었다. 신용융자잔고는 무려 2조8071억원(6조6888억원→9조4959억원)이나 증가했다. 신용융자는 현금이나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이를 활용한 투자는 주가가 꾸준히 오르면 별 탈이 없다. 반대의 경우가 문제다.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들이 반대매매에 나선다. 주식 급락으로 투자자가 빚을 갚을 수 없어 증권사가 직접 나서 주식을 강제로 팔아 빚을 상환받는 것이다. 투자자로선 엄청난 손실이 뒤따른다.
지난 3월 중순 코스피지수가 25.8%(505포인트) 급락할 당시 10조원이 넘던 신용잔고가 일주일 새 2조6000억원이나 급감한 것도 대규모 반대매매에서 비롯됐다. 당시 주식을 모두 처분해도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이른바 '깡통 계좌'가 속출했다.
이런 상황에 국내 증권사 몇 곳이 주식담보 대출 시간을 연장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통상 업무시간까지만 허용하던 대출 시간을 밤 10~12시까지 확 늘린 것이다. 증권사들은 "고객 편의를 위한 방안"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코로나19발(發) '대목'을 맞아 대출을 늘려 연 7~9%대의 높은 이자 수익을 더 올려 보겠다는 꼼수가 깔려있다. 개미들의 '빚투(빚내서 투자)'를 부추기는 셈이다.
금융회사의 심야시간 대출 알선은 빚투 조장을 넘어 불법 대부업체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금융당국이 개인들의 최근 폭풍 매수에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며 잇따라 경고장을 날리고 있는 시점이다. 제도권 금융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아가며 '빚투→주가 하락→깡통계좌→신용불량자'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자 몇푼 더 벌자고? 아니면 진정 고객의 편의를 위해?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