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사전] JOMO - 자발적 소외의 기쁨

[신조어사전] JOMO - 자발적 소외의 기쁨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이성계의 둘째 아들 이방과는 약관을 넘기고부터 아버지를 수행하며 전장을 누빈 유능한 무장이었다. 황산대첩에서 남도의 왜구를 물리치고, 위화도회군 때엔 신속하게 아버지 진영으로 합류해 힘을 보태는 등 그는 부친의 뒤를 이어 가별초 총사령관으로 낙점된 유력한 군사 후계자였다. 아버지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1년도 지나지 않아 장남인 형 이방우가 사망한 뒤 계모 신덕왕후 소생 이방석이 세자에 책봉되자 종친들과 신의왕후 소생 왕자들은 즉각 쿠데타인 왕자의 난을 모의한다. 한데 이방과는 유일하게 그 무리에서 빠져나와 병중인 이성계의 쾌유를 비는 제사에만 몰두했다. 왕자의 난이 성공하자 실질적 장남인 이방과는 곧 세자에 책봉되고, 한 달 뒤 태조가 왕위를 물려주며 조선의 2대 왕으로 즉위한다. 왕이기에 앞서 뛰어난 군인이었던 이방과는 재위기간 중 사냥과 격구를 즐기며 중앙정치로부터 자신을 소외시켰다. 경연 중에도 “팔다리가 저리니 격구를 하며 몸을 풀겠다”며 자리를 뜰만큼 정사에는 무심하다가도, 사냥을 나가 잡은 짐승은 꼭 환궁 전에 태조에게 보내는 등 효심은 극진한 효자였다. 즉위 2년 뒤인 1400년 동생 이방원에게 양위한 이방과는 그 후로 19년을 상왕으로 지내며 전국 온천과 명찰로 유람 다니는 유유자적한 생을 만끽하다 63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조모(JOMO)는 Joy of Missing Out의 약어로 밀접하게 연결된 관계를 잠시 중단하고 자신에게 유익한 경험 자체를 즐기는 자발적 고립을 지칭한다. 최근 SNS가 일상화되면서 타인의 일상과 자신의 게시물에 집중하며 실시간으로 타인의 반응을 살피는 것에 대한 피로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에 자발적으로 SNS, 인터넷 등을 끊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여행이나 취미생활에 몰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견 이방과의 삶의 궤적이 떠오른다. 남과 어울리기 위해, 타인에게 더 멋지게 보이기 위해 단톡방, 메신저, 문자, SNS에 집중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용례
A: 너, 어제 OO이 인스타 봤어? 걔 또 여행 갔더라. 맨날 연차라도 쓰나.
B: 안 봤어. 요새 인스타 안 해. 너무 피곤해서.
A: 진짜? 안 심심해? 난 인스타 안 보면 심심하던데. 친구들 뭐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B: 남 뭐 하고 사는지 신경 쓰느라 나한테 너무 소홀한 거 같아서. 연휴 때 휴양림 여행 갈 땐 핸드폰 아예 꺼놓으려고 해. 나한테 집중해야지, 이젠.
A: 완전 조모(JOMO)가 여기 있네. 나도 너처럼 단호하게 끊어봐야겠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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