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정유업계…코로나19 직격탄에 '휘청'

SK이노,적자 1조7752억…화학사업 마저 적자
S-Oil, 사상 최대 분기 적자 기록
4월 내내 정제마진 마이너스 기록
2분기 실적도 '흐림'

위기의 정유업계…코로나19 직격탄에 '휘청'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정유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이 창립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인 1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SK이노베이션 도 2조원에 육박한 적자를 냈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GS칼텍스 역시 수천 억원대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어 정유업계는 지난 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한 분기 만에 날릴 위기에 놓였다. 2분기도 어둡다. 4월 한 달 내내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이어갔을 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이동 제한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정유사들이 감산을 본격화하며 수익성을 관리하기 시작했지만 1분기만큼 최악의 실적을 낼 것이란 공감대가 짙다. 정부의 실질적인 정유업계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發 수요 급감에 유가 급락, 환율까지 '겹악재'= 올 1분기는 정유 4사에 지우고 싶은 최악의 분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유 4사의 분기 영업적자는 2014년 4분기(1조1500억원)가 가장 컸는데 올 1분기 적자는 4배 이상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1분기엔 제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가 났다. 정유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3월 셋째주부터 4월 다섯째주까지 7주 연속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은 4~5달러로, 역마진은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제품 가격이 원유 가격보다 더 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공급과잉(산유국간 '유가 전쟁')과 수요감소(코로나19) 이중으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산유국들의 합의로 이달부터 감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수요 회복은 요원한 상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항공유 소비량은 113만배럴로 전년 대비 65.48% 급감했다. 2004년 이후 약 1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출입국을 제한하면서 항공기 운항이 급감한 탓이다. 이에 항공유 재고도 심각한 상황이다.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도 타격을 받았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은 대표적인 효자 수출 품목이지만 4월 석유제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56.8%, 석유화학은 33.6% 감소했다.

주요 수출 품목인 경유, 항공유, 휘발유 소비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연휴가 길었던 5월은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수요가 회복되기엔 한계가 있다"며 "내수와 수출, 공급과 수요 모두 안 좋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업황을 전망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2분기가 더 두렵다"…정유업계 탈출구는= 문제는 2분기 실적 회복도 요원하다는 데 있다. 정유사의 가장 큰 고민인 실적 악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좀처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유4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달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간담회에서 "2분기도 적자를 기록할 것 같다. 6월부터 흑자 전환이 안 되면 1분기보다 적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유업계는 이달부터 본격적인 감산에 들어갔다. SK에너지는 가동률을 85%까지 낮추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설비 보수 일정을 앞당겨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자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도 지원책을 내놨지만 돌파구를 마련하기엔 역부족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정유업계 지원책으로 비축유 구매 확대, 원유수입 관세 유예, 비축시설 대여료 한시 인하, 석유관리원 품질검사 수수료 2~3개월 납부 유예 등의 조치를 내놨다. 이 같은 지원책으로 정유업계의 숨통은 다소 트였지만, 여전히 불안감 속에 떨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유업계가 역차별 논란이 있는 액화석유가스(LPG) 수입부과금과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추가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한편 일각에선 이달부터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실행되고, 코로나19가 진정하면서 2분기에는 실적이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컨퍼런스콜에서 "유가 상승이 예상대로 진행되면 2분기에는 손익분기점 수준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컨퍼런스콜에서 "6월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악화가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규모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수요 급감 상황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수익성과 연결되는 정제마진과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탓에, 2분기에도 정유업계의 대규모 영업적자가 유력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달부터 원유 감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코로나19 회복세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며 "2분기 적자를 얼마나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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