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모든 법은 공공선을 기초로 한다

김영우 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김영우 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모든 법은 공공선(Common Good)을 기초로 한다.' 스위스 베른의 연방의회에 있는 현판 글이다. 스위스는 26개 주(Kanton)로 이뤄진 연방공화국이다. 각 칸톤은 독립적인 법, 의회, 행정조직을 가지고 있다. 칸톤이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어 연방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칸톤들은 개별 이익보다 연방정부의 공공선을 우선한다는 이유는 뭘까.


13세기 3개 칸톤이 외세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을 맺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늘어났다. 마침내 1815년에 개최된 빈회의에서 26개 칸톤은 영세중립을 인정받고 1848년 연방국가로 태어났다. 스위스는 종교적인 갈등과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칸톤의 독립성은 인정하되, 연방정부는 비상사태에 나선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그 바탕에는 공공선의 철학이 녹아 있다.

최근 브루킹스연구소는 팬더믹 관련 보고서에서 세계 GDP가 최소 2조3000억달러에서 최대 9조1000억달러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GDP의 10%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스위스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3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3일 기준 확진자가 2만8000명을 넘었으며 1400명 이상이 희생됐다.


시계로 대표되는 정밀제조업과 금융, 관광이 발달한 스위스로서는 전례가 없는 암울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반면, 주목할 점은 국가 비상사태를 맞이해 26개 칸톤들이 공공선을 위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공동의 대응책을 신속하게 준비토록 위임했다는 것이다. 비록 첫 대응은 늦었으나 사회적 봉쇄를 실시하고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과감한 정책수단을 제시했다.


먼저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게 구명줄을 던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채무상환을 위해 최소 3개월의 유예기간을 주었고 유동성 문제가 있는 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50조원을 풀고 있다. 또한 4월16일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한 3가지 완화조치를 발표했다. 위험도가 높은 사람들은 계속 보호하되 점진적인 봉쇄조치 해제로 인한 경제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번 완화조치는 단계별로 진행되는데 1단계에서는 접촉자가 많지 않은 외래진료, 미용실 등을 열게 된다. 이 조치가 순조롭게 정착된다고 판단되면 2단계로 5월11일부터 초ㆍ중등학교 개학, 백화점 등 다른 모든 상점이 열리게 된다. 3단계는 6월8일부터 시작되며 대학 및 기타 고등교육기관, 박물관 등으로 확대된다.


공공선은 누구에게나(Common) 좋은(Good) 것, 즉 모두에게 열린 보편적 선이다. 개인의 선 보다는 사회를 우선한다는 뜻에서 공익이다. 또한 공공선의 이념에는 사회 전체의 목적이 윤리로부터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윤리는 개인부터 사회까지 광범위하지만 개인윤리가 그대로 사회윤리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공선은 사회 윤리에 근거할 때 빛을 발한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공공선은 무엇일까. 포스트 코로나 이후 맞이할 대변혁에 앞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보호와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경제활동인구의 25%를 차지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의 고용유지는 공공선의 첫걸음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에서는 고용이야말로 쓰나미 속에서도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기업을 지키고 기업이 일자리를 지켜 '경제 회복(Resilience)'이라는 다음의 공공선을 준비토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김영우 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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