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8兆 어림도 없다" 정부 "필요시 대응방안 검토"

코로나19는 전 세계 덮쳤는데…1분기에 1위 중국과의 격차 더 벌어져
원유 수요 감소로 글로벌 VLCC 발주량 줄면서 업계는 유동성 위기 우려
수요·생산·유동성 타격으로 납기 지연 등 막아야
업계, 유동성 지원·선박 인도금 담보 대출·선수금 환급보증 확대 등 요구
성윤모 산업장관 "제작금융 8조원 공급 등 지원…필요시 대응방안 검토"

조선업계 "8兆 어림도 없다" 정부 "필요시 대응방안 검토"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박소연 기자]정부가 조선업계의 제작금융 등 유동성 지원에 8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제작금융은 물론 선박 인도금 담보부 운영자금 대출, 운전 자금 등으로 지원 범위를 다양화하고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 규모도 키워달라고 호소했다. 이 중 RG는 조선소의 배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RG 발급 기관이 보상해주는 일종의 보험인데 정부는 2000억원인 현행 발급 한도를 확대한다는 대책 등을 발표하진 않았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2016년보다 심각한 수주절벽에 부딪힐 수 있다며 필요하면 추가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사이 우리 조선업계와 세계 1위 중국과의 수주실적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27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주요 조선사·기자재업계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엔 이성근 한화오션 사장,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장윤근 STX조선해양 사장, 정대성 대한조선 사장, 이수근 대선조선 사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달 기준 국내 조선사의 총 수주잔량은 2118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다. 우리 조선사들은 1~2년간 건조할 일감을 확보한 채 조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의 수주가 얼어붙은 와중에 2위로 내려앉은 한국과 1위 중국 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에 한국은 40만CGT를 수주했는데 중국의 92만CGT의 절반도 안 된다. 지난해 말까지 712만CGT(한국, 세계의 36%)와 708만CGT(중국, 세계의 35%)를 각각 기록하며 접전을 벌였지만, 1분기엔 한국이 크게 밀렸다.


거기다 원유 수요 감소로 세계의 선사들이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발주량을 줄여 국내 조선업계의 유동성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초 유가 급락에 따라 VLCC의 발주를 기대했지만, 코로나에 따른 수요 급감에 이어 최근 원유 수요와 세계 물동량까지 줄면서 발주 연기·취소 등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석유 시추 장비인 해양플랜트 발주도 기근이다.


실제 선박 발주량도 크게 줄었다. 영국 조선해운시장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누계 선박 발주량은 233만 CGT(환산톤)으로 작년 1분기(810만 CGT)보다 71.3%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은행 대출이나 채권 발행도 힘들어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유동성 공급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4월이면 연간 목표 수주의 30~40% 정도는 해야 하는데 지금 현재로서는 계획의 10%도 안된다"면서 "대형 프로젝트들이 발주가 안됐고 LNG선 발주도 연기되고 있어 유동성 확보가 지상과제"고 말했다. 성 장관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전 세계적인 불황이 심화하면 2016년보다 더한 수주절벽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조선소와 기자재업체 대표들은 정부가 지난 23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밝힌 제작금융 등 약 8조원 지속 공급, 선수금 환급 보증 적기 발급 등의 대책으로는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업계는 ▲제작금융 등 유동성 지원 ▲선박 인도금 담보부 운영자금 대출 지원 ▲제작금융 만기 연장 및 운전자금 공급 확대 ▲RG 발급 규모 유지와 적기 발급 ▲외국 기술전문인력 입국절차 간소화 등을 요청했다. 이 중 RG 발급은 코로나19 사태로 조선산업의 리스크가 커진 상황인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현행 RG 발급한도는 2000억원인데, 정부 대책엔 RG 한도액을 늘린다는 발표는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도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컨테이너선 물동량 감소, 주요 프로젝트 투자의사결정(FID) 지연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선·컨테이너선의 신조 발주 감소, 선주 감독관과 해외 엔지니어의 국내 입국 제한에 따른 검사 승인 지연, 시운전 차질 등으로 납기 지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성 장관은 "조선업에 대해 특별고용업종 지정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부품·기자재업체들에 대해서는 납품계약서를 근거로 제작비용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이 대책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현장까지 전달이 되지 않거나 사각지대가 있을 수도 있다"며 "우선 제작금융, RG 지원 등 업계에서 시급하게 필요한 사항들을 중심으로 지원방안을 마련했고,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내 산업위기대응반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면서 필요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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