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기민한 전자이야기’는 전자·기계제품, 장치의 소소한 정보를 기민하게 살펴보는 코너 입니다. 광고,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따끈한 신상품, 이제는 추억이 된 제품, 아리송한 제품·업계 용어와 소식까지 초심자의 마음으로 친절하게 다뤄드리겠습니다.
한국을 가전 업계를 대표하는 곳을 꼽자면 바로 떠오르는 두 회사가 있는데요. 바로 삼성전자와 LG전자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가전업계 1,2위를 다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가전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회사의 경쟁도 상당히 치열한데요.
두 회사는 TV, 건조기, 세탁기, 의류관리기 등의 신제품 성능뿐만 아니라 마케팅, 광고, 제품 출시일 등을 놓고 각축을 벌입니다. 때때론 소송전으로 비화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두 회사의 제품 출시와 경쟁을 두고 ‘가전 전쟁’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24㎏ 고용량 세탁기를 동시에 출시하면서 두 회사가 한판 붙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번 ‘기민한 전자이야기’에서는 두 회사의 가전 전쟁과 최근 출시한 고용량 세탁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가전 전쟁은 1970~80년대 TV 경쟁이 시작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LG(당시 금성)는 1966년 국내 첫 TV를 출시했습니다. 삼성도 1968년 전자산업에 뛰어들면서 두 회사의 경쟁구도가 나타났습니다. 두 회사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적극적인 자사 제품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다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가전에 대한 수요가 많았습니다. 또한 두 회사 말고도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있었고요. 따라서 회사와 제품 평판을 알리는 수준이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경쟁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국산 가전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채울 수 없었습니다. 이제 기술력과 품질 경쟁이 가전시장의 핵심이 된 겁니다. 1990년대 초 금성과 삼성전자는 브라운관 TV의 특허권을 놓고 소송을 벌였지만, 각사가 특허권을 공유하며 협력하는 모습도 보여줬죠.
1990년대 말에는 완전 평면 TV 기술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합니다. 평면 TV 기술 경쟁이 보도되면서 두 회사는 PC통신 하이텔 하드웨어 동호회의 요청에 따라 공개시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2010년대 이후 3D TV를 비롯해 OLED 등 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 경쟁을 넘어 소송을 제기하거나 서로의 기술력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 두 회사의 가전전쟁은 TV를 넘어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전 분야로 확대된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는 2012년 냉장고에 두 회사 냉장고에 물을 붓고, 참치캔과 캔커피 등을 채워 용량을 비교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소송전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LG전자는 당시 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광고금지 가처분신청을 내 승소했습니다. 2014년에눈 독일 가전박람회 IFA 기간 조성진 당시 LG전자 사장(현 부회장)이 독일의 한 가전매장에서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의혹이 일어 삼성 측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이에 LG전자는 명예훼손으로 맞고소를 하기도 했죠.
LG 트롬 세탁기 씽큐 24㎏(왼쪽)과 삼성전자의 그랑데 AI 세탁기 24㎏ 제품
두 회사는 출시 일을 맞추기라도 한 듯 같은 날 혹은 하루 이틀 차이로 같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세탁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달 20일 초고용량 세탁기를 출시한다는 보도 자료를 오전에 배포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위생가전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과 더불어 이불 등 부피가 큰 빨랫감을 한꺼번에 자주 세탁할 수 있는 세탁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두 회사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제품을 선보인 셈입니다.
두 회사 제품은 공통적으로 고용량의 제품과 AI를 이용한 세탁기능 향상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세탁기 신제품인 '그랑데 AI' 세탁기 24㎏ 모델은 세탁 코스에 따라 최적화된 건조 코스를 알아서 추천하는 'AI 코스' 연동을 지원합니다. 또한 AI 맞춤세탁, 버블워시와 초강력 워터샷을 비롯해 무세제통세척+는 물론 유해세균을 99.9% 없애주는 삶음 세탁도 모두 가능하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LG전자가 출시한 세탁기는 AI를 탑재한 LG 트롬 세탁기 씽큐 24㎏ 신제품입니다. LG전자는 세탁통의 부피는 기존 '21kg 트롬 씽큐' 대비 10% 이상 커졌지만, 제품 외관의 가로 길이는 같아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의류 무게를 감지한 후 빅데이터를 통해 의류 재질이 확인되면 LG전자만의 세탁 방법으로 최적의 모션을 선택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회사가 경쟁적으로 내놓는 세탁기의 기능과 성능을 살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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