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나주석 기자] 미국 오클라호마주가 원유 감산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그동안 채굴기업 차원에서 생산량을 줄인 적은 있지만 미국 관계 당국이 나서서 생산물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잉 공급 우려 속에서 미국 내 감산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유가는 상승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원유 수요 감소량이 더욱 가파른 것으로 보고,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오클라호마기업위원회(OCC)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유정을 폐쇄하더라도 유정 임대 계약은 유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OCC는 이날 회의를 열어 오클라호마 지역 원유 생산업체들이 저유가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유정에 대해서는 폐쇄 등을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이번 결정이 90일간 유효하지만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 원유 생산량이 4번째로 많은 오클라호마주가 감산 결정에 나섬에 따라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이 가장 많은 텍사스주 역시 감산 결정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생산된 원유가 정제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쌓여만 가는데 저장소도 거의 찬 상황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멕시코만의 해상 유전 등도 유정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슐럼버거과 할리버튼, 베이커슈즈 등의 원유 생산업체들은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직원을 해고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런 움직임의 여파로 유가는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9.7%(2.72달러) 상승한 16.5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크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가솔린과 난방유, 항공유 정제량이 불과 한 달 사이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솔린의 경우 3월만 해도 평균 890만배럴이 정제됐지만 지난주에는 530만배럴로 줄었다. 항공유는 60%, 난방유는 20%가 각각 줄었다.
시장에서는 유가 변동성이 갈수록 커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3월 이래로 WTI의 평균 변동 폭이 10%에 이른다. 지난해 평균 변동 폭이 1.5%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널뛰기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내 경기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갈수록 나빠져 수요 회복 기대감을 갖기도 어렵다. 특히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 더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IHS마킷에 따르면 이달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6.9로 전월 48.5에서 하락했다. 최근 133개월 동안 가장 낮았지만 시장 예상치인 35.0보다는 높았다. 서비스업 PMI는 전월 39.8에서 27.0까지 추락했다. 서비스업 PMI는 시장 예상치인 32.0에도 미치지 못했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대를, 50 이하이면 경기 하락을 의미한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전주보다 81만명 줄어든 442만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주까지 최근 5주간 약 2650만명이 실직했지만 주간 신규 실업자가 400만명대로 줄어들며 최악의 실업사태 정점을 지났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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