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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페르시아만부터 국제통화기금(IMF)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이란이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신경전 속에 중동 최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피해국가인 이란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여부를 두고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은 이날 이란 국영방송에 출연해 "미국 군함이나 해군 병력이 페르시아만에서 우리의 군함이나 상선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면 즉각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이란의 무장 고속단정이 우리 군함을 성가시게 굴면 모조리 쏴서 파괴하라"고 트위터에 올린 글에 대한 맞대응이다. 페르시아만을 두고 양국 간 이어진 신경전은 앞서 지난 15일 IRGC의 고속단정이 페르시아만 일대 공해상에서 작전하고 있던 미 군함에 근접, 위협적인 항해를 한 이후 계속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전날 IRGC가 군사용 위성 발사를 성공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일환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란의 위성발사 성공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 생각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2015년 채택된 결의안이다. 이에 따르면 이란은 8년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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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양자 간의 대결은 IMF로 옮겨붙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지난달 IMF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50억달러 규모의 긴급자금지원(RFI)을 요청했다. 하지만 IMF는 현재까지 자금지원을 검토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IMF에 RFI를 신청한 국가는 전 세계 90여개국에 이르고, 대부분 요청 즉시 지원이 이뤄졌지만 이란에 대해서는 한 달이 넘도록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IMF 관계자는 "이란의 자금지원 요청은 현재 미국의 제재로 교류가 제한돼있기 때문에 자금지원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정보를 입수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이 IMF에 압력을 넣어 긴급자금지원 요청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이 IMF의 특별인출권(SDR) 확대 발행을 반대하는 이유도 이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IMF의 SDR 확대 발행 계획에 대해 "SDR은 긴급 요구에 대응할 효과적 도구가 아니며 자금의 70%는 대부분 유동성이 필요 없는 주요 20개국(G20)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CNBC는 IMF가 SDR을 확대 발행해 각국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IMF 회원국인 이란에도 자금지원이 갈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반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DR을 확대 발행하기 위해서는 전체 189개 회원국이 나눠 보유하고 있는 IMF 내 투표권 지분 중 85%가 필요하며 전체 투표권 중 16.51%를 보유한 최대 지분국인 미국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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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란 중앙은행이 IMF 할당금으로 보유한 SDR 잔액의 교환 역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 회원국은 원칙상 할당비율에 따라 보유한 SDR을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과 달러나 유로 등의 통화로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으로 다른 나라들이 거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IMF 내에서 이란의 할당비율은 약 0.75%로 보유한 SDR을 달러로 환산할 경우 약 21억달러로 추산된다.
미국 내에서도 중동 내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인 이란에 대한 자금지원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이란 제재를 이어가며 자금지원을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와 달리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CNN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우리의 제재로 코로나19 의료용품과 장비가 이란으로 접근되지 못하고 있다"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극복을 위해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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