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드러난 일자리 민낯…'단기알바' 3.6兆 땜질처방

코로나19 여파 비정규직 해고 속출…고용 불안 높아져
3월 실업급여 9340억 지급…신규 수급자 15.5만명
계약만료·공사종료 등 비정규직 실업자 4.9만명
"비정규, 정규직의 '총알받이'…양질의 일자리 만들어야"

아시아경제DB=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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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A씨는 지난달 충남 홍성의 한 어린이집에 1년 계약직 교사로 입사했다.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출근한 지 한 달도 안 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어린이집은 휴원에 들어갔다. 어린이집 원장은 A씨에게 "사정이 어려우니 그만 나와달라"고 구두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A씨는 부당해고를 당했지만 법적 조치를 하긴 번거롭고 근무 기간이 짧아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충격파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고용 불안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기업의 구조조정 1순위가 되거나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3조6000억원을 투입해 또다시 6개월짜리 공공ㆍ단기 일자리로 고용시장을 채우려 하고 있어 '땜질식 처방'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규직 과보호를 완화하는 한편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육ㆍ요양 등 서비스업 코로나19 직격탄= 24일 고용보험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9340억원으로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업급여 수급자는 총 61만8000여명에 달했다. 지난달 신규로 실업급여를 받은 인원은 15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1000명 증가했다. 즉 최근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지난해보다 3만여명 늘었다는 뜻으로 이 중 대다수가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업급여 신규 수급자의 실직 사유를 보면 비정규직 근로자에 해당하는 '계약 만료ㆍ공사 종료'가 4만9000명으로 '경영상 필요ㆍ회사 불황으로 인한 감축(7만20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그다음으로 '회사 사정'으로 인한 퇴사가 1만2000명, '폐업ㆍ도산'은 8600명의 순이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기업의 경영난이 실업 대란으로 이어지고, 해고 요건이 까다로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영세 사업장에 고용된 비정규직 근로자는 사업주의 해고 통보에 속수무책이다. 오승은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부장은 "어린이집의 경우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을 앞두고 2월 말께 계약 종료를 통보받는 기간제 근로자가 평소에도 많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운영이 어려우니 나가라'라는 식의 권고사직 사례가 2월 말뿐만 아니라 3, 4월에 걸쳐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대일 대면 서비스를 하는 방문요양, 장애인활동지원 종사자들도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이용자가 감염 우려로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면 근로자는 무기한 휴업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오 부장은 "근로자는 요양기관 등과 계약을 맺고, 소수의 요양기관이 지역별로 일감을 독점하는 구조"라며 "사업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나중에라도 일거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휴업수당을 요구하기 어렵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달라고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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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과보호, 기간제 늘려…"총알받이 신세"= 전문가들은 한번 채용하면 해고하기 어려운 정규직 고용 보호 규제, 호봉제와 같은 고임금 체계 등이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인상까지 맞물리면서 기간제 근로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졌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기간제근로자 현황조사'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기준으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기간제근로자 수는 집계 이래 사상 최대인 192만5000명까지 치솟았다. 전체 근로자의 13.2%를 차지해 이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는 180만명에 육박해 전체 근로자의 12%에 해당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5년(148만명ㆍ10.6%), 2016년(172만명ㆍ12%)과 비교하면 기간제근로자 수는 늘었고 비중은 줄지 않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의 '총알받이' 신세가 되는 현실에 처한 것"이라며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없어진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필요한 생계비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불안이 악화하는 가운데 정부는 3조6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쏟아 또다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 당장의 고용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6개월짜리 공공ㆍ청년 단기 일자리 55만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청년들의 직업 능력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향후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최저시급 이상 수준의 저임금 단기 일자리인 만큼 저소득 청년들을 위한 '위로금' 성격에 그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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