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전체 근로자 중 기간제근로자(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역대 최대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감축'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출범했지만 현실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정규직 규제 강화로 노동유연성이 줄어들자 기업들이 오히려 해고하기 쉬운 기간제 일자리만 늘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기준으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기간제근로자 수는 집계 이래 사상 최대인 192만5000명까지 치솟았다. 전체 근로자의 13.2%를 차지해 이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는 180만명에 육박해 전체 근로자의 12%에 해당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5년(148만명ㆍ10.6%), 2016년(172만명ㆍ12%)과 비교하면 기간제근로자 수는 늘었고 비중은 줄지 않았다. 5인 미만 사업체까지 고려한다면 기간제근로자의 규모와 비중은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고용부가 반기마다 발표하는 '사업체 기간제근로자 현황조사' 결과다.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중 1만곳을 표본조사한 것으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기간제법)이 적용되는 기간제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말한다. 근로기간이 1, 2년 단위로 채용된 계약직이나 임시ㆍ일용직 등 비정규직근로자가 이에 해당한다. 기간제근로자가 전체 비정규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정도로 파악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간제근로자 일자리가 증가한 데에는 정규직 규제의 역설이 작용했다. 전봉걸 시립대 교수는 "경제가 성장해도 기업이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정규직 보호 규제 등으로 노동 유연성도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기간제근로자 채용 증가는 불가피해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했지만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기간제근로자를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업이 156만명으로 제조업(21만명)보다 7배 이상 많았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보건ㆍ복지 분야가 포함된 기타 서비스업에서 116만명의 기간제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계약기간이 만료된 근로자 약 4만1000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1명만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계약이 종료된 근로자가 3만1000명(76.3%)으로 가장 많았고, 계속 고용 5600명(13.7%), 정규직 전환은 4000명(9.9%)에 그쳤다. 정규직 전환 비율은 하반기 기준으로 2017년 10.3%에서 2018년 8.2%, 지난해 9.9%로 10%대 안팎을 맴돌고 있다. 또한 기간제법상 기간제근로자가 2년 넘게 일하면 정규직근로자로 봐야 하지만, 2년 초과로 계약이 만료된 근로자 3585명 중 595명(16.6%)만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뿐 1667명(46.5%)이 계약 종료됐고, 1323명(36.9%)은 기간제로 계속 일했다.
비정규직근로자는 국가 통계에서도 소외돼왔다. 기간제근로자 현황조사는 2010년 4월부터 집계를 시작했는데 2013년 12월까지는 매월 조사하다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분기별 조사로 바뀌었다. 2017년에는 조사주기가 반기로 변경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에 활용할 목적으로 시작된 통계"라고 설명했지만, 보도자료 등을 통해 언론에 공식 발표하진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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