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수업 듣는데 용모복장 단정히 하라고" 불필요한 규정 논란

온라인 강의로 수업에 참여 중인 대학생. 사진은 기사의 특정 표현과 무관함 /강진형 기자aymsdream@

온라인 강의로 수업에 참여 중인 대학생. 사진은 기사의 특정 표현과 무관함 /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의 대학들이 일제히 온라인 강의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 불필요한 온라인 규정을 만들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경기 소재의 한 대학 총학생회는 '재난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일부 수업에서 '복장과 용모를 단정히 하고 모자를 쓰지 않는 수업 태도를 유지한다', '교수와 같은 카메라 촬영 각도를 유지하고 얼굴이 항상 보이도록 한다', '학생들의 얼굴을 포함한 온라인 강의 내용을 녹화하는 것에 동의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가이드라인이 배포돼 학생들에게 서약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생들의 초상권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온라인 강의 시 카메라 사용 자제를 권고한 대학 본부의 지침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모습은 교육자로서 보이지 않아야 함이 당연하다. 대학 본부는 일부 학과와 교수들의 이러한 행동을 강력하게 관리하고 감독할 책임이 있으며,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온라인 강의가 아닌 오프라인 강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강의 참여 시 용모나 복장을 단정히 해야한다'는 규정은 시대착오적인 학칙이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 대학생을 탄압할 목적으로 '복장이 단정하지 못한 재학생은 근신에 처한다'는 등의 규칙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구시대적 관습이라는 지적에 따라 대대수 학교들이 이런 조항들을 삭제했다.


하지만 대학 내에서 진행되는 대다수 강의 운영 방식은 교수의 재량으로 맡기고 있어 보이지 않는 학칙이 존재한다는 게 학생들의 지적이다. 대학 본부에서 시대착오적 학칙들을 삭제해도 교수가 임의로 강의 운영 수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신모 씨는 "학생들의 사생활까지 과도하게 제한하는 학칙은 대학 차원에서 삭제한 걸로 알고 있지만, 교수마다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규칙들이 있다"며 "모자나 슬리퍼를 착용한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해도 출석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교수도 있고, 어떤 교수는 염색한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며 여전히 구시대적 규제들이 보이지 않게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갑질이라고 볼 수 있는 대학 내 군기문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수뿐만 아니라 학내 선배들에 의한 두발과 복장 제한 논란은 매 학기 초마다 발생하는 일이다.


지난해에는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 대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학사·학과 운영에 대한 제보를 접수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시민모임은 "대학 측이 학과의 효율적 운영과 형평성 등을 명문으로 잘못된 대학 문화를 방치하고 있다"며 "군부독재 시절의 불합리한 질서를 학교에서 배우는 현실을 교육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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