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국제유가가 전례없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유가 반등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증권(ETN)ㆍ상장지수펀드(ETF) 등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가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유 등 원자재 관련 상품은 대부분 선물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고위험 상품인 만큼 단순히 가격 반등을 기대하고 투자하기보다는 각종 투자위험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 유가 관련 상품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된 것은 매매가의 괴리율 때문이었다. ETNㆍETF의 괴리율은 시장가격과 투자대상자산의 실질가치 사이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투자위험 지표인데 최근 국제유가 급락 이후 매수 과열 현상이 나타나면서 비정상적으로 커졌다. 괴리율이 벌어진다는 것은 투자자가 투자자산을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사거나 싸게 팔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ETNㆍETF의 가격괴리는 시장에서 특정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며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다. ETN은 상품의 수요가 증가하면 추가상장을 통해 물량을 공급해 지표가치에 근접한 가격으로 거래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이 추가상장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가격이 왜곡될 위험이 있고, 현재 국내 시장에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650원에 거래를 마친 의 괴리율은 771%에 달했다. 전 거래일보다 주가는 28.18% 떨어졌지만 주당 실제 가치가 74.60원으로 전날 장 마감 기준(562.41원) 7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도 전일 대비 35.2% 하락한 16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실제 가치는 577.04원으로 괴리율은 177%에 달했다.
국내 ETN 시장은 추가상장에 제약이 없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는 있지만 추가발행은 증권사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반면 ETF는 복수의 지정참가회사가 펀드 설정이라는 절차를 통해 발행 증권 수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추가상장의 지연으로 인한 가격괴리 위험은 상대적으로 적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괴리율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공시를 통해 투자자에게 위험을 알리고 있다"면서도 "투자자도 가격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원유시장에 관심을 높여준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레버리지 상품은 투자자산 가격이 상승할 때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투자자산 가격이 예상과 다르게 하락하는 경우 손실도 확대될 수 있는 고위험상품이다. 투자자산 가격의 하루 변동률의 2배에 연동되는 레버리지 상품과 하루 변동률의 -1배에 연동되는 인버스 상품은 다양한 투자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장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레버리지ㆍ인버스 상품의 투자기간이 한 달이라고 해서 그 기간 만큼의 기초자산 가격 상승분의 2배, -1배, -2배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수익률의 2배, -1배, -2배만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레버리지ㆍ인버스 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본인이 투자한 기간의 변동률을 보장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고, 이런 부분에서 상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관련 파생상품은 일반 주식형 상품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상품인 만큼 투자에 앞서 관련 투자지표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성인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전략팀장은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는 대부분 선물을 이용한 투자를 하는 상품으로, 선물을 이용한 투자는 기관 투자자도 어려워하고 위험하게 보는 상품"이라며 "단순히 가격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현 가격이 싼지 비싼지 판단할 수 있는 이해도가 있는 투자자에게 투자를 권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원유는 실물이 아닌 선물에 투자하기 때문에 선물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귀금속을 제외한 모든 원자재 선물은 금융선물과는 달리 차익거래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투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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