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대책 마련 전후 비교./법무부 제공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이광호 기자, 이현주 기자] 'n번방' 사건 같은 디지털 성범죄 처벌이 강화되고 범죄자 신상공개 범위가 확대된다. 기존엔 처벌할 법이 없던 성범죄 예비ㆍ음모 행위까지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한다.
23일 정부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심의ㆍ확정했다. 날로 피해가 심각해지는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정부가 초강력ㆍ광범위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대책 마련은 오프라인 성범죄를 근간으로 해 만들어진 현행 법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되는 디지털 범죄의 양상을 모두 아우르지 못한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 아울러 수사나 처벌뿐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보호ㆍ지원, 교육도 강화함으로써, 성범죄 예방과 사후처리 양 방향의 제도적 허점을 메우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처벌 범위ㆍ형량 대폭 확대=11개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논의해 마련한 이번 대책은 ▲디지털 성범죄 무관용 원칙 확립 ▲아동ㆍ청소년 보호강화 ▲처벌 및 보호 사각지대 해소 ▲중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 등 4대 추진전략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우선 아동ㆍ청소년 성 착취물 판매 행위에 대한 형량의 하한(가령 O년 이상의 징역형)을 설정해 처벌을 강화하는 등 법정형량을 높이기로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아동ㆍ청소년 성 착취물을 광고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도 신설된다.
또 미성년자 강간의 경우 종래 처벌하지 않던 예비ㆍ음모 행위로까지 처벌을 확대한다. 사망이나 해외도피 등으로 기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법원의 결정으로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도 도입된다.
사안이 중한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의 경우 수사단계에서부터 얼굴 등 신상정보를 적극 공개하겠다는 대책도 나왔다.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의 신상공개 대상에 아동ㆍ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하거나 판매한 자라는 항목을 별도 추가하기로 했다.
정부는 성 착취물을 찾아보는 행위도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 착취물로 한정돼 있는 '소지죄' 대상을 성인 성 범죄물까지 확대하고 형량도 높일 방침이다. 아동ㆍ청소년 성 착취물은 구매만으로도 처벌할 조항도 신설한다.
정부는 강화된 형량이 실제 검찰 구형과 법원 양형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미 검찰은 사건처리기준 내지 구형기준을 강화하고 있고,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대폭 강화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대부분 입법 사항…政 '4월 국회 처리' 당부=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재ㆍ개정 등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 방안도 촘촘히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아청법에 따라 성매매 행위를 한 아동ㆍ청소년은 소년원 감치 등 보호처분 대상이 된다. n번방 사건에서도 피해 아동ㆍ청소년들이 신고를 주저한 이유이며, 가해자들이 이를 악용해 착취를 감행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청법을 개정해 성매수 대상이 된 아동과 청소년을 '피해자'로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아동ㆍ청소년을 유인해 길들임으로써 성적 착취를 감행하는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도 신설된다.
현재 13세 미만으로 돼 있는 미성년자 의제강간의 대상을 16세 미만으로 개정해 동의가 있더라도 폭행에 의한 간음과 마찬가지로 처벌되는 대상을 확대한다.
현재 마약 수사 등에 활용되고 있는 ‘잠입수사’ 기법을 디지털 성범죄에도 도입한다. 법률 개정을 통해 미성년자로 위장한 수사관을 보호하고 향후 재판에서의 증거능력을 보장할 방침이다.
디지털 성 범죄물을 신고해 기소 혹은 기소유예 처분이 이뤄질 경우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아동ㆍ청소년 성 착취물을 소지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자는 학교ㆍ어린이집 등 취업 제한 대상자로 포함된다. 성 착취물을 구매만해도 처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성인 대상 성 범죄물을 소지하는 경우도 처벌 가능한 조항이 신설된다.
성 범죄물 삭제 의무를 모든 인터넷 사업자로 확대해 위반시 징벌적 과징금을 부여한다. 삭제 대상도 종래 불법촬영물로 제한됐지만 디지털 성 범죄물 전반으로 확대된다.
특히 n번방 사건에 미성년자와 군장병까지 연루된 만큼 학생, 학교밖 청소년, 군장병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예방 교육이 실시된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전 열린 당ㆍ정ㆍ청 회의에서 "이번에 마련한 근절 대책에는 입법 과제가 많이 포함돼 있다. 4월 임시국회 중에 꼭 처리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며 "사법부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양형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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