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改名) 스타 "이름 바꾸길 잘했어"

부진 탈출 위해서, 동명이인 피해서,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등 '각양각색'

김태훈은 김범식이란 옛 이름을 버린 뒤 코리안투어에서 펄펄 날고 있다.

김태훈은 김범식이란 옛 이름을 버린 뒤 코리안투어에서 펄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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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최말주'.


'탱크' 최경주(50ㆍSK텔레콤)의 첫 이름이다. 전남 완도에서 3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고, 현재 이름은 아주 어렸을 적 할아버지 친구가 권유해 개명했다. 이름을 바꾼 덕분일까. 최경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통산 8승을 쓸어 담아 한국을 대표하는 월드스타로 우뚝 섰다. 골프선수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개명을 하고 있다. 예전에 봤던 골퍼지만 이름이 달라진 선수들이다.

▲ "부진 탈출을 위하여"= 한국프로골프(KPGA) 김태훈(35)이 대표적이다. 국가대표와 전국체전 2관왕 등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을 자랑했다. 2007년 코리안투어에 진출한 이후에는 그러나 11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차례도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드라이버 입스(yips) 때문이다. 2008년 어머니의 권유로 김범식에서 김태훈으로 개명했고, 2013년 보성CC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을 일궜다.


2015년 투어챔피언십, 2018년 동아회원권그룹 부산오픈에서 통산 3승째를 수확했다. 2013년 장타상, 2015년과 2018년 인기상 등을 수상하며 코리안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김태우(27)는 2012년 김효석에서 이름을 바꿨다. 2016년 명출상, 2018년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에서 우승했다. 김준성(29)과 박승(24), 김건하(28), 마관우(30) 등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며 개명한 경우다.


이정은은 이름 뒤에 '6'라는 숫자를 붙이고 미국 무대를 휘젓고 있다.

이정은은 이름 뒤에 '6'라는 숫자를 붙이고 미국 무대를 휘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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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이름이 너무 많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이정은은 무려 8명이나 된다. 이정은1~6와 이정은A, B다. KLPGA투어의 동명이인의 경우 준회원은 이름 뒤에 알파벳을 붙여 구별하고, 정회원은 입회 순서대로 아라비아 숫자를 적는다. 골프팬들에게 먼저 알려진 이정은(32)은 '5'다. KLPGA투어에서 통산 5승을 거둔 뒤 2015년 미국으로 진출해 활약하고 있다.

이정은6(24ㆍ대방건설)가 간판이다. 2016년 KLPGA투어 신인왕에 이어 2017년 6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해 곧바로 올해의 신인에 올랐다. '6'을 적극 활용해 '핫식스'라는 애칭이 생겼다. 8명의 이정은 중에서 이정은3가 이지우(35)로 갈아탔다. 김민선(25ㆍ한국토지신탁)은 '김민선5'로 표기된다. 이수지2는 아예 이심비(30)로 이름을 바꿨다.


멜 리드는 2018년 커밍아웃을 한 뒤 멜리사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있다.

멜 리드는 2018년 커밍아웃을 한 뒤 멜리사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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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이시온(31)은 26년 간 써온 이름을 2015년 7월 개명했다. "성스러울 성(聖)에 구름 운(雲)을 쓰는 성운, 인생에 구름이 낀 것 같아서 이시온으로 바꿨다"는 설명이다. 박서영(35)의 옛 이름은 박햇님이다. 2014년 7월 거금을 투자해 작명소에서 새 이름을 받았다. "앞 길을 잘 펼쳐 순항하라는 뜻"이라며 "햇님이라는 이름이 너무 어리다는 느낌이 들어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멜 리드(잉글랜드)는 개명의 이유가 독특하다. 종전 이름은 멜리사다.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 통산 6승을 따냈고, 2008년 LET 신인왕을 받은 선수다. 2017년 LPGA투어로 무대를 옮긴 뒤 2018년 12월 동성애자임을 시인했다. "한동안 성 정체성을 숨겨왔다"는 리드는 "세상에 나라는 존재는 하나뿐이고, 인생도 어차피 한 번뿐"이라며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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