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삼월의 그들' 공연 장면 [사진= 극단 '객석과 무대' 제공]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마산 3·15 의거를 다룬 뮤지컬 '삼월의 그들'은 2009년 읽은 조그만 신문기사로부터 탄생했다.
"마산의 지역 신문이 1960년 3·15를 다룬 기사였다. 구두닦이 오성원을 매장했다, 하층민이어서 장사를 지내줄 사람이 없었다, 구두닦이 친구들이 야산에 묻어주고 막걸리 두 통과 명태 하나로 명복을 빌어줬다, 그 옆에 소녀가 울고 있었다. 그런 내용이었다."
그렇게 구두닦이 '슈샤인 보이'들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뮤지컬 '삼월의 그들'이 만들어졌다. 3·15 의거는 1960년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반발해 경남 마산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로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삼월의 그들'의 문종근 연출(57)은 젊었을 때부터 마산 지역의 아름다운 민주화 정신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싶었다. "민주화 운동의 출발점이었지만 국민들이 잘 모른다. 공유가 돼야 하고 그런 항쟁의 의미를 알리고 싶었다."
문종근 연출
'삼월의 그들'은 애초 올해 마산, 광주, 서울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광주 공연은 예산 문제로 취소되고 서울에서는 지난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을 마쳤다. 이달 예정됐던 마산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됐다. 대신 마산MBC가 아르코예술극장 공연 실황을 촬영해 18일 방송으로 대체한다.
문 연출의 고향은 합천이다. 진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대학은 마산에서 다녔다. 대학 때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인생의 항로가 결정됐다. 1986년 대학 3학년 때 극단 '마산'을 만들었다. '마산'은 지금도 마산에서 활동 중이다. 문 연출은 2000년 '마산'에서 나와 이듬해 새 극단 '객석과 무대'를 창단했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3·15 항거에 대한 극을 고민했고 1995년 3·15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 만들어졌다. 제목은 '아! 3·15 그날'이었다.
"열심히 하긴 했는데 역사인식이 부족하고 공부도 제대로 못했다. 결과적으로 완성도가 많이 떨어졌다. 검증하다 보니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아무 권력도 없는 민초들인데 너무 가진 자의 입장에서 바라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극은 구두닦이 오성원에 대한 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 2010년 마산에서 공연했다. 제목은 '삼월이 오면'이었다. 극의 형식을 뮤지컬로 바꿨다. "소재가 무거운데 연극이라는 형식 자체가 너무 딱딱하다고 생각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좀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형식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보다 뮤지컬이 낫겠다 생각했다. 춤과 노래가 포함되니까 희극적인 요소를 넣을 수 있다."
그리고 10년이 흘러 올해 '삼월이 오면'을 수정·보완해 '삼월의 그들'을 공연했다. "뮤지컬은 제작비가 많이 드니까 민간 극단에서는 부담스럽다. 10년을 기다리는 과정이 있었다."
2010년 '삼월이 오면'은 마산시의 지원을 받아 만들었다. 올해 '삼월의 그들'은 마산 3·15 의거 60주년 기념 작품으로 3·15 의거 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국가보훈처, 경상남도, 창원시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뮤지컬 '삼월의 그들' 공연 사진 [사진= 극단 '객석과 무대' 제공
문 연출은 2017년부터 '너의 역사'라는 1시간30분 연극도 공연하고 있다. 오성원과 김주열 열사의 일기를 바탕으로 만든 극이다. 올해는 11월에 공연할 예정이다.
문 연출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독재에 항거한 1979년 부마 항쟁을 소재로 한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작가가 희곡을 쓰고 있다. 뮤지컬이 될 지, 연극이 될 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문 연출은 또 앞으로 '히바큐사'를 다룬 작품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히바큐사는 일제 강점기 때 징용으로 끌려가 원폭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뜻한다. 히바큐사는 문 연출 고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 때 징용으로 끌려간 사람들 중 경남 출신이 가장 많았다. 특히 합천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원폭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진료 시설이 합천에 가장 먼저 세워졌다. 문 연출은 "내 나이가 60이 거의 다 돼 가고 있기 때문에 10년 안에는 꼭 이 작업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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