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졌는데 독특해졌다. 표준편차에서 벗어난 후속 세대의 소비 성향은 아마도 이런 결론에 닿을 듯싶다. 숫자는 줄었는데 성향이 제각각인 만만치 않은 공략 상대의 시장 데뷔 때문이다. 기존 시선에선 이해가 어려운 신(新)고객이다. 대표 키워드인 '무민 세대'로도 불린다. '無(없다)'와 'Mean(의미)' '세대'가 합쳐진 말이다. 무자극·무맥락·무위휴식을 꿈꾸는 20대 고객의 출현이다. 하물며 싫어하는 것까지 존중해달라는 '싫존주의'까지 내세운다. 또 한 번의 파격이다. 우울한 세상, 대충 즐기겠다는 식으로 비친다.
무민 세대는 시대 변화와 맞물려 급격한 인구 변화를 낳은 당사자들이다. 지금은 일부이지만 갈수록 세분화된 욕구 분출을 주도할 기세다. 그렇다고 숫자가 많지도 않다. 저출산의 누적·축적으로 덩치 자체는 급감세다. 그럼에도 미래 시장은 이들이 먹여살릴 수밖에 없다. 당장은 몰라도 시간은 그들의 편이다. 적어졌는데 독특해진 후속 세대의 사회 진입은 기존 시장에는 쉽지 않은 공략 숙제ㆍ도전 과제다. 그만큼 이들의 속내와 지향을 읽어내는 건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차대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주목해야 할 달라진 후속 인구의 상징 소비는 '우울시장'이다. 달라진 후속 세대 신고객이 원하는 욕구 해결의 유력 지점이 우울 해소와 맞닿는다. 우울한 현실 상황을 탈피·개선해주는 비즈니스가 그렇다. 우울시장은 세분화된다. '현타소비'와 '득도소비'로 나뉜다. 정확한 개념 분리는 어렵지만 현타소비는 현실 인정 후의 소극적인 대안 소비인 반면 득도소비는 아예 평범한 소비 만족조차 거부하는 틈새 수요에 가깝다. 가시적인 건 현타소비다. 현타란 현실 타협의 줄임말로 우울·암울한 상황을 받아들이려는 방어기제다. 절망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소비 욕구가 현타소비로 명명된다. 맞설 수 없다면 받아들이되 능력·수준 안에서 무리하지 않는 만족 추구를 뜻한다. 희망이 없거나 적기에 적정 수준에서 최대효용을 얻는 선택지다. 상황 반전이 없는 한 우울시장의 영역 확대는 기정사실이다.
미래 불안·비용 압박 등 우울 심리의 해소·타파에 발맞춘 새로운 사업 환경은 무르익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전환으로 수축경제가 본격화된 2018년부터 기반 조성은 이뤄졌다. 불확실성 타개 차원의 우울 해소가 소비 과정에서 확인·공유되면 일단은 광의의 현타소비다. 그만큼 잠재 후보는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우울 원인이 고독·고립이라는 점에서 초기엔 욕구 해소에 한정된 협의의 현타소비가 많겠지만, 우울 배경이 다양하기에 확장성은 넓고 깊다. 단순한 절약 지향성과는 다르다. 돈이 좀 들어도 불편ㆍ불안ㆍ불만(3불)을 해소해준다면 기꺼이 쓴다는 게 현타소비의 특징이다.
따라서 3불을 적재적시에 해소, 편리·안전·만족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3불을 제거한 상품 생태계를 유효하게 제안하면 플러스알파(+α)의 추가 니즈로도 연결된다. 이쯤에서 일본 사례를 보자. 초고령사회 일본은 현타소비의 출발을 고령자의 3K(경제·건강·고독)로 봤다. 다만 구매력까지 연결되지 못해 이렇다 할 재미는 못 봤다. 지금은 후속 세대의 3Y(욕구 없음, 꿈 없음, 의지 없음ㆍ欲ない, 夢ない, やる?ない)를 현타소비의 유력 후보로 설정, 공략에 열심이다. 뭔가를 해보려는 의지도, 꿈도, 욕구도 없는 달라진 청년 인구의 등장에 주목한 결과다. 이대로면 갈수록 피폐·개별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욕구의 타개 차원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제안한다.
포인트는 안심·안정·안전 등의 사업 모델로 요약된다. 당장 고독 해소용 관계 회복을 서비스화하는 움직임이 많다. 관계 서비스를 팔아 구매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한층 풍족하게 하려는 차원이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70%가 문제 해법을 위한 서비스(3차산업)라 기대감은 높다. 물질적 풍요에서 정신적 기아를 해결하는 관계 회복이라는 공감대·가치관도 한몫했다. 대표적인 것이 셰어하우스(집합주택)의 성장세다. 혼자 사니 외롭고 우울한데 가족 구성도 어렵다는 현실 곤란을 공동주거로 풀어냈다. 혼자 자되 함께 사는 느슨한 가족 지향이다. 가격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비싸고 좁은 독거 청년의 주거 환경을 적절한 비용 지불로 연결시킨 고(高)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사업 모델이다. 셰어하우스는 2030세대 여성 고객이 압도적이다.
미래만 생각하면 우울해지기에 현타소비의 한 축은 금융산업일 수밖에 없다. 미래 불안을 없애면서 가격 저항도 낮춰 현실 타협적인 금융 상품에 대한 주목이다. 소액 단기 보험이 일단 가시권이다. 군살을 뺀 보험료와 짧은 보험 기간을 내세워 특정 위험을 보장받는다. 값비싸고 묵직한 일반 보험보다 필요할 때 세부 욕구를 채워주는 미니 보험이다. 우울 해소용 대면 상담이 고객 유치 성공 확률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일상 잡변·고민 상담을 금융 상품 판매 때 필수 과정으로 넣는 곳도 증가세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현타소비는 온라인을 만나 무궁무진해진다. 무대면ㆍ가상 접촉이 전제된 온라인이 아이러니하게도 우울 해소의 가성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접근 방식은 감각적이며 상호적이다. 청년 세대는 일상을 기록·기획·생산하며 가상 공간을 창의적인 교류 채널로 활용한다. 인정·협력의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새로운 세대답게 공유·공감·협업으로 오프라인에서의 불편·불안·불만을 극복한다. 이들 신고객의 혁신 관점, 지적 능력, 생산 감성, 소비 문화, 감각 발현, 문제 해결은 스마트폰·인터넷과 만나 우울 제거의 일등공신이 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연대 수요가 우울 탈피를 위한 소비 기회인 셈이다. 이들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갖춘 모바일 공간의 제공이 바람직하다.
'게오HD'는 교외 중심으로 점포가 있는 DVD 렌털사다. 영화조차 저가 구독이 판치는 상황에서 사양 압력이 거세다. 해서 부정기적인 초저가(1장 50엔) 캠페인으로 우울 환경에서의 탈출 근거를 제공한다. 온라인보다 저렴하게 허들을 낮춰 현타소비를 유도한다. '카브콘'은 휴대폰 소셜 게임에 특화해 우울을 돈으로 바꿔냈다. 우울 상황에서 탈피하도록 스마트폰 신기술을 접목해 틈새 공략에 성공했다. 우울감 등 멘털 문제에 노출된 청년 인구를 위한 스타트업 창업도 한창이다. 'Shine'은 피폐한 청년에게 용기를 갖도록 동기 부여 명언 및 명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미디어로 상황별 유·무료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에 나섰다. 인터넷상의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직접 만나 교류하고 헤어지는 가벼운 만남을 주선하는 살롱 문화도 확대된다. 비즈니스화된 이슈별 소모임이 대표적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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