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제3동 제1투표소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둔 채 투표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이정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은 막지 못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전부터 투표소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긴 줄이 형성됐다.
이날 오전 6시30분께 서울 동작구 상도1동 제1투표소가 설치된 강남초등학교 체육관에는 이른 아침부터 교문 밖까지 100m 넘는 줄이 만들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투표소의 모습은 예년과 많이 달랐다. 유권자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청색 테이프가 붙은 곳에 1m씩 간격을 유지한 채 대기했다. 투표소 앞에는 방역발판이 설치돼 이를 밟고 지나갔고 비닐장갑을 받아 착용한 뒤에야 신원확인 및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었다.
서울 격전지로 꼽히는 광진을 선거구에서도 이른 시간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모였다. 이날 오전 6시20분께 신양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50여명의 유권자들이 50m가 넘는 줄을 만든 채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5일 서울 종로구 혜화아트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에 앞서 비닐장갑을 끼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곳 역시 유권자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했고, 투표소 입장 전 발열이 있는지 확인했다. 다만 투표 시작 초반에는 1m 이상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한 유권자는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대기 간격이 너무 좁아 불안하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안내가 이뤄진 뒤에야 유권자들은 앞·뒤 사람과 거리를 둔 채 대기했다.
이처럼 불편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유권자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자 차분하게 기다렸다. 80대 노모의 손을 잡고 온 40대 딸, 친구와 함께 온 20대 대학생까지 모두 표정은 밝았다. 대학생 김우석(24)씨는 "아침 일찍 투표하고 들어가서 과제를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며 "코로나19 때문에 투표를 할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번 투표의 특징 중 하나는 48.1㎝에 달하는 '역대급' 비례투표용지다. 후보를 낸 정당만 35곳에 달하다 보니 사상 최장 길이의 투표용지가 나오게 됐다. 실제 기표를 마치고 투표함에 한 번에 넣지 못하고 두 번 정도 욱여넣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직장인 손모(36)씨는 "두 번 접었는데도 투표함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며 "우리나라에 정당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고, 어떻게든 (국회에서) 한 자리 차지해보려는 심보 같아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실시된 15일 서울 광진구 쉐보레 동서울대리점에 마련된 군자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투표소 소란도 빚어졌다. 이날 오전 7시50분께 서울 성북구 한 투표소에서는 소란을 부린 60대 남성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 남성은 술에 취해 지정된 투표소가 아닌 다른 투표소를 찾아갔음에도 "투표를 왜 못하게 하냐"며 소란을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투표와 달리 본투표는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투표가 가능하다. 경찰은 이날 가용경력 100%를 동원하는 최고 비상단계인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경비태세를 강화했다. 또 투·개표소 관리와 투표함 회송 경비 등에 총 7만138명의 경찰관이 투입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우여곡절 끝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들은 21대 국회에 저마다의 소망을 전했다. 이영희(65)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경제도 어렵고 나라도 어렵다"며 "이념이 아니라 진짜 나라를 위해 일 할 사람이 뽑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모(34)씨는 "외출 자체가 신선한 시기라 그런지 특별한 선거였던 것 같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의 브랜드가치가 굉장히 올라갔는데, 국격을 훼손하지 않는 깨끗한 정치를 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전국 투표율은 15.3%로, 4년 전 20대 총선과 비교해 0.8%포인트 감소했다. 오후 1시 투표율부터는 사전선거, 거소투표, 선상투표, 재외투표 등이 합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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