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주빈 사건 어디 맡겨도 부담

이르면 오늘 성범죄 전담 재판부에 사건 배당
엄벌 여론에 맞는 형량 선고할수 있을지 우려
새로운 유형의 범죄… 양형기준도 마련 안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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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성 착취물 제작ㆍ유포 혐의를 받아 기소된 조주빈(24) 사건을 두고 법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강하지만 이에 호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 때문이다. 어느 재판부가 사건을 맡던 조씨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르면 이날 조씨 사건을 맡을 재판부 배당을 마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에는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박상미),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창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현우),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 등 4개의 성범죄 사건 전담 합의 재판부가 있다. 조씨 사건은 무작위 전자배당 방식에 따라 이중 한 곳에 배당된다.

조씨 사건은 '적시처리가 필요한 중요사건'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 재판예규상 다수 당사자가 관련됐거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 등은 중요사건으로 지정해 신속히 처리한다. 조씨 사건의 경우 다수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관련돼 있고 텔레그램을 이용한 신종 디지털 성범죄라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도가 높다.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이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엄벌 여론도 거세졌다.


이런 여론은 법원 입장에서 부담이다. 앞서 n번방 '태평양' 이모(16)군 사건의 전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도 이런 여론의 압박에 지난달 30일 스스로 물러났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향후 조씨를 비롯해 n번방 사건을 맡을 판사들이 마주할 재판 환경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재판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만드는 양형기준에는 가중ㆍ감경 요소가 있고 그에 따른 적정 형량의 범위가 제시돼 있다. 하지만 조씨와 같은 아동 성착취물 범죄 등 디지털 성범죄는 구체적인 양형기준이 없다. 재판부가 각 사안별로 재량에 따라 선고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오는 20일 초안이 나오면 관계기관 의견조회 등을 거쳐 6월께 새로운 양형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 법 감정에 맞는 양형기준이 만들어질 지 미지수여서 법원의 고민이 지속될 전망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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