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이춘희 기자] 서울 집값이 변곡점에 섰다. 부동산 지표상으로는 서울 강남권 집값 하락세가 뚜렷하지만 일부 신축아파트는 신고가를 찍기도 하는 등 상승과 하락이 공존하는 혼돈의 시기다. 강남권 집값은 서울과 수도권 주택시장의 바로미터인 만큼 주택 소유자들은 물론 내 집 마련 수요자들과 투자자들도 시장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아시아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주요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올해 서울 집값이 내리막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근 집값 하락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공시가격 급등,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소폭 반등할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경기 자체가 워낙 위축돼 있어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당분간 하락세 불가피= 양용화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현재의 집값 약세가 반등할만한 요인들이 많지 않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최소한 올해 하반기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집값 흐름은 강남-도심주변-주변부-경기권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며 "이런 패턴을 고려하면 최근 강남과 서울의 집값 하락은 전체 부동산 시장 하락세의 전조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향후 부동산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도 대부분 '하락'을 가리키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는 이달 42.1을 기록해 2013년 12월 조사 시작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건설사 500여곳을 설문조사해 산출하는 이 지표는 100 밑으로 내려갈수록 향후 건설경기가 나빠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집값 선행지표 중 하나인 KB 선도아파트 50지수도 지난달 11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 지수는 전국의 아파트 단지 중에서도 가격이 높고 가구수가 많은 50곳의 시세를 보여준다. 아파트 시세는 통상 그 지역의 '대장주'를 따라가는 성향이 있는 만큼 일반 아파트들도 가격이 하락세로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회복세 더딜것"…총선효과도 제한적=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면 내년부터는 집값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나이키 반등'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양 센터장은 "사태가 진정되면 기준금리 인하나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가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상승 반전의 여지는 있지만 단기간에 가파르게 회복되긴 힘들다"고 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코로나19 사태가 상반기 중 진정되면 서울 강남권 등 고가주택 시장은 시세 기준으로 10%, 서울 외곽과 수도권, 지방은 5~10% 정도 떨어지는 선에서 하락세가 진정될 것"으로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총선 효과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종합부동산세 일부 완화 등의 공약을 내걸긴 했지만 기존 정부 정책의 기조를 바꾸기는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
고 원장은 "총선 결과에 따라 1주택 종부세 인하 등 대출완화 조치가 시행되면 집값 하락폭을 줄일 수는 있지만 반짝 반등에 그칠 뿐 장기적인 하락을 막을 순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저금리 기조로 시중의 유동자금이 비규제지역에 계속 유입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집값이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현재 강남3구 등의 고가 주택시장은 조정을 받고 있지만 비규제지역의 중ㆍ저가 주택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계속되더라도 연말까지 3~4% 이상 집값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내 집 마련은 당분간 관망해야= 내 집 마련 시기와 관련해선 대부분 가격이 크게 떨어진 급매물은 노리되 올해 하반기까지는 관망세를 유지하는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박 위원은 "5월 이후 가격을 크게 낮춘 초급매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실수요자들은 시장에 관심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했다. 홍 대표는 "비규제지역의 9억원 이하 아파트는 하반기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주택 매입시기를 늦추며 관망세를 유지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양 센터장은 "올해까지는 침체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서두르지 말고 연말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 열린 총선 후보자의 유세현장을 아파트 입주민이 쌍안경으로 지켜보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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