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역성장 사이클' 진입한 산업계

수요 절벽→수출 감소→가동 중단→구조조정→내수 침체 악순환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창환 기자, 황윤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으로 경제 심리가 급랭하는 가운데 소비·생산·고용·투자 감소에 이어 수출 부진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우리 수출 기업의 주력 무대인 미국과 유럽의 '수요 절벽'에 직면하면서 수출 물량 감소→공장 가동 중단→휴직·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국내 소비 침체로 악순환하는 마의 역성장 사이클이 현실화했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은 국내 완성차업체가 이달부터 2차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에 속속 돌입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해외 수요가 본격적으로 줄면서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수출 물량과 재고량을 조절하기 위해 휴업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투싼을 생산하는 울산 5공장 2라인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기아자동차도 소하리 1·2공장과 광주 2공장 등 수출 물량이 많은 공장 3곳에 대해 오는 23~29일 동안 휴업하기로 하고 노조와 임금 및 수당을 놓고 협의 중이다. 생산능력 대비 수요 물량이 부족하다는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으로 K9과 카니발, 프라이드, 스토닉 등을 생산하는 소하리 공장의 경우 이달에만 수요 부족분이 1만대를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수출 비중이 큰 데다 부품을 주로 해외에서 수입해 차를 만드는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도 이달부터 공장 셧다운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과 한국GM 수출은 3월에만 각각 57.4%와 20.8%가 빠졌다.

'마의 역성장 사이클' 진입한 산업계


해외 수요 기반이 무너지자 기업들은 인위적으로 공급량 조절에 나섰다. 전방 산업 부진의 여파로 포스코가 창사 이래 두 번째 감산을 준비하는가 하면 제조업 경기를 최후까지 지탱하던 반도체마저 수출이 꺾이면서 감산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 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비메모리 반도체시장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이달 들어 반도체 역성장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반도체를 비롯해 LCD와 스마트폰 등 주요 전자제품의 성장성도 빠르게 둔화하고 있어 감산이 불가피하다. 연초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던 LCD TV 패널 가격은 이달 들어 하락 반전했다. 위츠뷰에 따르면 이달 상반월 LCD TV 패널 평균 가격은 지난달 하반월 대비 0.4% 하락한 143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에 영향을 미치는 스마트폰시장은 이미 역성장을 예고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13%가량 감소할 것으로 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가 우여곡절 끝에 감산에 합의했지만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한 정유·석유화학사 역시 감산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이달 둘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0.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셋째 주 -1.9달러, 넷째 주 -1.1달러, 이달 첫째 주 -1.4달러에 이은 4주 연속 역마진이다. 정제마진이 4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로이터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정제마진이 악화일로를 걷자 국내 정유 4사의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시장 예상 범위를 크게 뛰어넘는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역마진과 수요 급감 등 악재가 겹치면서 조 단위 손실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글로벌 유행이 본격화한 2분기에는 실적 추정이 불가능할 정도이며 의미도 없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2차 셧다운과 감산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일감 부족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에도 속도가 붙었다. 항공을 시작으로 한 휴직과 감원 칼바람이 유통가는 물론 제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경제 심리 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C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고용 사정의 악화로 내수 침체도 깊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업종별 주요 애로 및 건의사항을 취합해 ▲기업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유동성 공급 확대 ▲기존 대출 상환 및 이자 유예 ▲생산 차질 만회 등을 위한 특별연장근로 대폭 허용 ▲고용 유지 지원 확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자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한시적 부활 ▲공공 조달 예산 상반기 내 조기 집행 ▲기업인 해외 출장 안전 보증 등 지원 강화를 정부에 촉구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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