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나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조성필 기자]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구속)씨와 조씨의 공범들을 13일 재판에 넘긴다.
적용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범죄단체조직 혐의는 이날 조씨의 공소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조씨 등을 추가기소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테스크포스(팀장 유현정 부장검사)는 이날 조씨를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제작·유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오후 2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조씨 기소 관련 브리핑을 열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제정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시행된 이후 수사와 관련된 서울중앙지검의 공식 브리핑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리핑은 사건 수사를 지휘해온 유 부장검사가 직접 맡을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검찰에 조씨를 송치하며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제작·유사성행위·강간, 형법상 강제추행·협박·사기·강요·강요미수·살인음모,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이용촬영, 아동복지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모두 12개 혐의를 적용했다.
이중 조씨가 사회복무요원 강모(24)씨와 함께 여아 살해를 모의한 살인음모 혐의는 경찰의 의견대로 검찰이 불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범죄단체조직 혐의의 경우 아직 법리 검토나 관련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단 이날 기소 대상에서는 제외될 전망이다.
그동안 검찰은 조씨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대질조사 등을 통해 관련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조씨나 공범들을 무겁게 처벌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조씨나 공범들이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진술하거나, 구체적인 범행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물증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종래 검찰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던 폭력조직이나 대학생 단체와는 다른 디지털 성범죄라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범죄집단인 만큼 행동강령, 수익배분에 관한 규칙 등 조직적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징표들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날 검찰은 조씨와 함께 음란물 제작·유포 범행에 가담한 공범들도 함께 재판에 넘긴다.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공범들의 경우 추가기소가 이뤄진다.
검찰은 이날 기소 이후에도 조씨와 공범들의 여죄와 범죄수익 등 관련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조씨와 함께 박사방을 운영한 공범으로 지목된 3명 중 회원들을 관리하고 수익금을 조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 ‘부따’ 강모씨(19)는 경찰이, 성착취 영상을 수백회 유포하고 홍보한 혐의를 받는 ‘이기야’ 이모 일병(20)은 군검찰이 각각 구속수사 중이다. 나머지 한 명인 ‘사마귀’는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한편 조씨 등의 사건을 넘겨받는 법원은 총선 이전에 재판부 배당을 마칠 방침이다. 통상 사건 배당은 무작위 전자배당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성범죄 사건을 전담하는 4개의 합의부 재판부 중 한 곳에 배당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소된 조씨의 공범들에 대한 사건과 병합될 가능성도 있다. 조씨의 후계자로 알려진 '태평양' 이모(16)군, 사회복무요원 강씨의 사건 등이 대상이다. 앞서 검찰도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 심리로 열린 강씨의 재판에서 조씨 사건과의 병합을 요청한 바 있다.
대검은 지난 9일 아동 성착취 영상물을 조직적으로 제작한 사범은 가담 정도에 관계없이 전원 구속수사하기로 하는 등 내용을 담은 강화된 ‘성착취 영상물 사범 사건처리기준’을 마련해 실시 중이다.
때문에 범죄단체조직 혐의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조씨나 조씨의 공범들에 대한 검찰의 구형은 기존 성범죄 사건에 비해 훨씬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 같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아직 법원에 정비된 양형기준이 없는 만큼 법원의 최종 선고형량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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