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전례없던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언제든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는 것은 더할 나위없이 중요하다.
노원구(구청장 오승록)가 코로나19 상황의 발생 초기부터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면밀히 분석· 점검해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코로나19 대응백서’ 제작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상황이 종료됐을 때를 차분히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단순히 감염병 대처 과정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수많은 사람의 눈물과 헌신, 아쉬움 등 그간의 활동을 ‘연대와 협력’에 초점을 맞추었다.
백서는 코로나19 발생 후 종료시까지 활동을 시간대별 대응일지 형태로 정리한다. 아울러 대책본부 구성과 함께 구체적인 분야별 협력체계 구축, 자가격리반과 역학조사팀 활동에 노원구만의 차별화된 활동을 담을 예정이다.
여기에 어려울 때 빛이 나는 민관 협력과 각계각층의 미담사례 등 위기를 국민 화합의 계기로 만든 주민들의 움직임도 포함한다.
‘노원 코로나19 대응백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노원구만의 차별화된 대응전략이다.
대표적으로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던 전 주민 대상 1인당 2매 마스크 배부다. 공급부족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극에 달하던 지난 2월초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지어 선 주민들의 모습에서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마스크 배부를 계획했다. 전국의 지자체에서 처음 있는 일로 구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라 판단해 전국을 다니며 마스크 110만장을 사 모아 통반장이 세대를 방문해 전달했다.
마스크를 못 구해 외출을 못하던 주민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어느정도 해소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구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갔다. 마스크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취약계층이 돼 버린 질병으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더욱 곤란을 겪는 것은 홀몸 어르신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면마스크도 코로나 19 예방 효과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이들에게 배부할 마스크를 ‘노원 면마스크 의병단’을 조직해 직접 만들기로 한 것이다.
봉사자는 재봉 기술자여야 하고,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작업하다는 것이 옳은 것인지, 정작 봉사자가 모일지 등등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았지만 위생에 철저를 기해 추진하기로 했다.
작업장은 구청 강당을 비롯해 여러 곳으로 나눴다. 상시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안내 직원을 통해 작업 전 문진표 작성과 발열 체크, 휴식을 위해 작업장을 드나들 때마다 손 소독은 필수로 규칙을 정한 후 자원봉사자 모집을 위한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접수시작 하루만에 300여명이 넘는 구민들이 뜻을 모아주었다. 전직 재봉사부터 구두 수선공, 세탁소 운영자 등 기술자와 청소라도 하겠다는 주부와 대학생, 장애인 등 계층도 다양했다. 이렇게 꾸려진 의병단은 600여명으로 늘어 모두 4곳에서 2교대로 하루 1200매씩, 모두 3만 5000매의 면마스크를 제작해 취약계층에 배부 했다.
반향도 컸다. 국내는 물론 세계 4대 통신사인 AFP, UPI, AP 통신과 독일 국영방송 도이치벨레, 중국 중앙 TV에서도 소개하는 등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다. 해외 언론은 국가적 어려움에 맞서 자발적으로 시간과 노동을 기꺼이 제공하는 한국인의 마음을 자국의 국민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의병단은 코로나 사태 진정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마스크를 선물하자, 그 화답으로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의병단 앞으로 감사의 편지와 선물로 생강청을 보내와 의병단원들 사기를 높였다.
주민 등 민관의 협력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자 건물주들이 고통 분담에 나섰다. 착한 건물주 운동이다. 34명의 건물주들이 참여, 472개의 점포 임차인들이 혜택을 받게 됐다. 임대료 인하폭은 최소 10%에서 최대는 전액, 기간은 1개월에서 3개월간 적용해 위기에 처한 임차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구청이 전 주민에게 마스크를 배부하자 지난 3월16일 한 어르신이 구청장 비서실을 방문해 감사하다며 100만원의 현금을 기부하는 등 모두 103곳에서 2억 원의 기부금과 기업과 의료기관, 개인들이 방역에 사용해달라며 방호복, 소독제, 마스크 등을 기부했다.
또 보건소와 병원 직원들, 자원봉사자들 등 현장에서 애쓰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일반 주민들이 떡, 빵, 과일, 피자, 음료 등을 보내고, 취약계층에게 전달해달라고 손수 만든 면마스크, 라면, 위생키트, 생필품키트 등을 기부하는 등 사랑의 손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구청 직원들도 동참했다. 구청장이 3월부터 4개월간 월 급여의 30%를 노원교육복지 재단에 기부하고 6급이하 전직원은 4억원의 노원사랑 상품권을 구매해 지역상권 살리기에 나섰다.
이번 구 차원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큰 힘을 발휘한 것은 주민대상 문자서비스다. 기존의 재난안전 문자가 90자 이내여서 자세한 동선 정보 제공이 불가한 반면, 노원구 문자서비스는 개인의 휴대폰 문자 수신 동의를 받은 15만 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1000자 까지 문자를 보낼 수 있어 각종 정보 제공과 사회적 거리두기 당부 등 코로나 19 예방에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서울시 확진자수는 567명으로 인구 1만7160명 당 1명꼴이다. 이를 노원구에 적용하면 인구수 대비 31명을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는 25명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공유가 감염 확산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본다.
해외입국자로 인한 감염 예방에도 차별화된 전략을 택했다. 지난 2월말 중국 유학생 입국자에 대한 조치도 신속했다. 6개 각 대학과 협력해 특별 관리했다. 대부분 각 대학의 자체 기숙사에 입소했지만 타 대학에 비해 유학생이 많아 거주시설 확보에 어려움이 많은 광운대 160명의 학생은 노원구가 마련한 숙박시설에 임시 거주했다. 대학 인근 주민들은 혹시나 모를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대학은 입국하는 학생들의 안전한 학업 복귀가 가능했다. 임시 거주시설에 의료인과 간호사 각 1명 배치, 손세정제와 마스크를 제공하고 대학 측에서는 통역사와 행정인력을 파견해 이들을 지원했다.
4월부터 해외 입국 내국인의 자가격리가 의무화됨에 따른 조치도 신속하다. 구는 자가 격리로 인한 가족 간 감염을 막기 위해 희망자에 한해 가족이 관내 호텔에 머물도록 하는 ‘안심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숙박시설과 구청이 숙박비를 대부분 지원하고 이용자는 하루 2만원만 부담한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느낀 지자체 차원의 제도적 한계도 짚었다. 확진자 동선에 대한 권한의 지자체 부여다. 확진자 수 증가에 따른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역학조사관의 결정이 지체될 경우 국민들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빨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노원구는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역학조사관의 결정을 기다리기 전 자체적으로 동선조사팀을 신설했다. 감사담당관, 미디어홍보과, 보건소 직원들로 구성해 확진자의 진술을 토대로 CCTV을 통해 조사를 실시하지만, 역학조사관과 달리 휴대폰 위치추적이나 카드사용내역 확인 등의 권한이 없어 노력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역학조사관과 같은 권한을 요청할 예정이다.
백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시점부터 본격화 해 약 2개월간 소요될 전망이다.
오승록 구청장은 “국가든 지자체든 경험을 기록으로 남길 때, 큰 자산이 되고 나중에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 “이번 노원백서가 향후 실질적인 매뉴얼이 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꼼꼼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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