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치료적 진단법과 닥터 쇼핑

[건강칼럼]치료적 진단법과 닥터 쇼핑

[아시아경제 ] 증상에 대한 원인이 단일하고 명확할 때는 진단을 하기가 쉽다. 그렇지 않고 의심되는 원인이 여러 가지일 경우 환자의 증상과 가장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는 병인을 찾아 진단을 내려야 한다. 이럴 때 치료적 진단(therapeutic diagnosis)이 쓰인다. 말 그대로 치료를 해 보고 효과가 있으면 바로 그것이 확진이 되는 진단법이다.


우선 치료적 진단은 환자에게 치료로 인한 위해가 가장 적어야 한다. 요통 환자에게 먼저 수술을 '해 보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환자의 증상이나 사회적 상태에 따라 치료적 진단 방법이 달라지기도 한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치료 기간에 여유가 있는 환자의 경우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등을 먼저 시행한다. 하지만 증상으로 힘들어하거나 치료 시간을 내기 힘들 때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확실한 근육유발점주사 혹은 신경치료 등의 방법을 먼저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치료적 진단은 가역적이어야 한다. 진단 겸 치료를 '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비가역적 신체 변화가 발생해서는 안 되겠다.

치료적 진단의 이점은 첫째, 인과관계의 해부학적 위치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지점에 대한 치료로 환자의 증상이 사라진다면 그곳을 치료 포인트로 설정할 수 있다. 반대로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치료해서 증상이 좋아지지 않더라도 이 또한 환자에게 중요한 정보가 된다.


둘째, 증상에 대한 효과를 관찰하여 예후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번 치료로 효과는 얼마나 지속되는지, 통증 정도는 얼마나 감소하는지, 더 강력한 제재를 필요로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등을 관찰하여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제나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셋째, 병변의 범위와 사용 약제의 용량을 결정할 때 유리하다는 이점이다. 이는 특히 위험할 수 있는 위치에 대해 유용한데, 범위를 좁힐수록, 용량을 줄일수록 관계되는 합병증이 줄기 때문이다. 불편하더라도 범위와 용량을 조절해 치료적 진단을 몇 번 거친 다음에 더욱 적극적인 치료를 한다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공연으로 치자면 리허설에 해당하는 치료적 진단을 여러 번 시행하는 것이 치료에 있어 안전한 경우가 많다.

이처럼 치료적 진단은 그냥 '해 보는' 것이 아니다. 나열한 것처럼 여러 이점이 많은 진단 치료법인데 이러한 치료적 진단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예후를 살피는 시간에 대한 동의가 없는 환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


특히 한 의료기관에서 충분한 치료를 받지 않고 이곳저곳 많은 병원을 찾아다니는 닥터 쇼핑의 경우가 그러하다. 의사가 치료를 한다는 것은 여러 원인을 배제해 나가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그런데 과도하게 병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치료적 진단 과정에서의 유용한 정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되므로 환자에게는 상당히 불리하다. 확진 확률을 높이고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의사와 마찬가지로 환자에게도 꾸준한 인내가 필요하다. 마음의 여유가 몸의 여유를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박용석 행복마취통증의학과 원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